(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국 국채 가격은 추가 물가 지표가 나오기를 기다라면서 유가 강세에도 강보합세를 보였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3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7bp 내린 2.146%에서 거래됐다. 한주 1.1bp 밀렸다.

통화 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4bp 밀린 1.340%에서 움직였다. 일주일간 2bp 올랐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9bp 하락한 2.715%에서 거래됐다. 이번주 6.7bp 낮아졌다.

채권가는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유가가 상승한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위원들의 연설을 앞두고 보합권에서 출발했다.

금리 전략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 연장이 기술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보도로 간밤 국채가가 내렸지만 뉴욕 개장 후 전일 종가 수준으로 다시 복귀했다며 연준 위원 발언과 유가를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략가들은 연준과 시장의 금리 인상 관련 시각차가 커진 가운데 미 국채수익률이 연중 최저 수준에서 3일째 머물고 있어서 방향을 설정해줄 추가 지표 등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제지표는 엇갈리게 나와 시장을 한쪽으로 끌고 가지 못했다.

6월 미국의 제조업과 서비스업 업황이 모두 수개월래 최저치로 약해졌지만, 지난 5월 미국의 신규 주택판매가 시장 예상을 웃돌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주택시장 수요가 강한 상황임을 확인시켰다.

정보제공업체 마르키트에 따르면 6월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전월의 52.7에서 52.1로 내렸다. 9개월래 최저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는 53.0이었다.

또 6월 미국의 서비스업 PMI 예비치(계절조정치)가 전월 53.6에서 53.0으로 하락했다. 3개월래 최저치다. 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는 53.5였다.

IHS 마르키트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경제학자는 "미 경제의 2분기 마지막 달 업황이 전달보다 약화하는 국면을 보였다"며 "지난 9월 이후 두 번째로 약한 업황 확장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슨은 "역대 국내총생산(GDP) 대비 PMI 추이를 토대로 2분기 GDP는 연율 1.5% 수준에 부합한다"며 "하지만 신규 수주가 1월 이후 가장 많이 증가해, 업황이 다시 반등할 신호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 상무부는 5월 신규 주택판매가 전월 대비 2.9% 증가한 연율 61만채(계절조정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WSJ이 집계한 전문가들 전망치는 59만채였다.

5월 신규 주택판매는 전년대비로는 8.9% 증가했다.

4월 신규 주택판매는 당초 56만9천채에서 59만3천채로 상향 수정됐다.

5월 신규 주택 중간 판매 가격은 34만5천800달러를 나타냈다. 이는 1963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고 수준이다. 평균 판매 가격도 40만6천400달러로 최고치를 나타냈다. 5월 신규 주택재고는 5.3개월치였다.

툴리아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판매가 계속 증가하면서 점차 수요가 아니라 공급이 문제라는 게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홈어드바이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큰 폭의 가격 상승이 지속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가격 상승이 시장 구매능력을 축소하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유가 오름폭 축소로 반등했다.

뉴욕유가는 미국 원유채굴장비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장중 기록한 상승폭을 축소하며 거래를 마쳤다. 8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27센트(0.6%) 상승한 43.0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8월물 WTI 가격은 이번주 4% 넘게 하락했다.

이날 나온 연준 위원 발언도 엇갈렸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총재는 물가 지표 부진을 지목하며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기존의 견해를 반복해 피력했다.

불라드 총재는 테네시 내슈빌 연설에서 "미 경제는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상황에 있다"며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이러한 상황에 적절할 것이다"고 말했다.

불라드 총재는 또 "최근 물가 지표는 예상과 달리 하락했고 물가가 안정적으로 목표로 돌아갈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업률이 추가로 크게 하락하더라도 물가 상승효과는 작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의 로레타 메스터 총재는 물가가 연준의 목표치 2%를 향해 계속 오를 것을 자신한다며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을 지지했다.

메스터 총재는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연설 후 기자들에게 다만 "즉각 무엇인가를 할 필요는 없다"며 "연준이 뒤처져 있지 않아서 경기부양조치의 점진적 제거가 의미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메스터는 연준이 올해 자산 축소를 시작하는 것을 보고 싶다며 연준 위원들이 자산 축소 시작과 추가 금리 인상을 동시에 발표 못 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전략가들은 3개월째 물가 상승이 둔화한 뒤라 시장은 다음 주말 나오는 연준이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와 그다음 주에 발표되는 6월 고용지표에서 임금 인상 압력까지 주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BMO캐피털마켓츠의 애론 콜리 전략가는 "물가와 관련된 어떤 것도 앞으로 몇 달 안에 시장에 무게감이 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퍼시픽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요하킴 펠스는 "연준의 기회주의적인 긴축 움직임이 실수일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맥쿼리의 티에리 위즈먼 외환 전략가는 유가가 배럴당 45달러 밑에 있는 것이 정상이 된다면 채권 약세론자들한테 추가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며 휘발유가 PCE 가격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에 불과하지만, 석유류에 대한 영향뿐 아니라 주택가와 운송비용에도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BNY멜론의 마빈 로 선임 전략가는 "시장은 금리 인상에 대한 연준의 신념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연준 정책은 고용 상황에 매우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필립스 곡선'을 언급하며 고용시장이 호조이기 때문에 물가가 결국 오를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필립스 곡선은 물가와 실업률이 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을 보여주는 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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