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최근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 건전한 자기자본비율(이하 BIS비율) 유지를 위해 구조적 포지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상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25일 '은행의 구조적 포지션과 자기자본비율 규제' 보고서에서 은행의 현지법인이나 지점에 대한 구조적 포지션을 폭넓게 인정해야 은행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도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조적 포지션이란 해외에 진출한 금융회사 현지법인이나 지점의 출자금을 시장 리스크에 반영할 때 예외로 두는 것을 말한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전통적인 예대마진에 기댈 수 없게 된 은행들은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은행은 현지법인이나 지점에 출자한 외화 자산이 늘어나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환 포지션 노출에 따른 위험과 시장 리스크의 자본 요구량을 줄이기 위해 환위험 노출을 관리해야 하는 셈이다.

만약 은행이 외화 표시 자산과 부채를 매치해 환 포지션을 모두 제거하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자기자본은 일정하기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외화 자산의 자국 통화 환산액이 커져 BIS비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자국 통화를 매도해 외환을 매입하는 포지션을 취할 경우 자본 적정성 비율은 유지되겠지만, 원화 가치가 상승한다면 손실도 커져 주주 가치가 훼손된다.

이에 이 연구위원은 바젤 기준서 외환리스크 관리 방법의 사례로 언급한 구조적 포지션을 주목했다.

바젤 기준서에는 구조적 포지션을 환율 변동에 따른 BIS비율의 불리한 변화를 헤지하기 위한 포지션으로만 한정했다.

포지션 제외는 최소 6개월간 유지되며 금액을 변경할 때는 감독 당국의 사전 승인을 반드시 시키도록 했다.

이때 은행은 감독 당국의 요구를 문서화하고 시장 리스크 소요 자기자본에서 제외된 포지션과 금액을 당국이 검토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이 연구위원은 "바젤 기준서에서 언급된 구조적 포지션은 해외 진출로 인해 형성된 외화 자산을 시장 리스크 소요자본을 측정할 때 제외하고 별도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지침"이라며 "국내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에서도 유사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연구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개된 구조적 포지션의 외환 건전성만 우려해 해외 출자금 포지션을 해당 통화나 기축 통화 중 상관성이 높은 통화로 헤지했을 때만 이를 승인한다면, 은행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은행은 구조적 포지션으로 승인받지 못하면 더 많은 자본을 요구받거나 불필요한 헤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며 "통화에 따라 매치 수단이 제약되거나 헤지 비용 부담이 급증할 수 있어 이는 다시 자기자본 비율을 변동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이 해외 진출에 필요한 출자금을 확보할 때 원화를 활용하면 외화 차입 규모를 줄여 외화 유동성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구조적 포지션을 운용해 오픈된 포지션에서 환율이 등락하면 수익은 변하지만, BIS 비율은 안정된다"며 "단기 차익을 목적으로 한 트레이딩 포지션과 무관한 구조적 포지션은 국내 은행의 리스크 관리를 선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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