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설명 : 미 빌보드 2017년 톱 아티스트 순위, BTS가 10위다.

(뉴욕=연합인포맥스) 최신 유행곡을 틀어주는 미국 라디오 방송에서 우리말 노랫말이 들렸다. 이따금 영어도 나오는 데다 빠른 박자에 제대로 들리지 않아서 처음에는 확신하지 못했다. 방송 진행자의 소개를 들으니 방탄소년단(BTS)이 부른 'MIC drop'이라는 곡이었다. 한 달 전 미국 양대 대중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BTS가 사실상 마지막을 장식할 때도 소위 '떴다'고 생각했다. 미국 사람들이 많이 듣는 라디오 방송에까지 우리 말 노래가 나오는 게 뿌듯했다. BTS의 인기는 단발성에 그친 2012년 싸이의 '강남 스타일' 때와 다른 양상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전에도 우리나라 연예인의 저력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지난 8월 국내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 팀이 미국에 와서 유명 코미디언이자 영화배우인 '잭 블랙'을 만났다. 무한도전 팀은 1년 전 한국에 왔던 할리우드 출신의 블랙에게 찬사를 던졌다. 그러나 두 번째 만남에서는 우리나라 연예인도 할리우드에 꿀리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작은 반전이 있었다. 블랙이 무한도전의 '하하'에게 아시아 스타가 맞느냐며 소셜 미디어(SNS) 팔로워 숫자를 물었다. 하하는 245만 명이라고 답했다. 순간 잭 블랙은 어리둥절해 했다. 그 시점 본인 팔로워는 107만 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하가 SNS상에서는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월드 스타였다.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퀘어에 걸린 삼성이나 LG 등의 광고를 보는 것이 그동안 세계 속에서 한국의 이미지와 경제력의 위상을 느낄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양상이 바뀐다. 우리나라 연예인에 미국 소녀들이 열광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지식산업과 지식재산권의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이제 '소프트 파워'로 세계를 사로잡는 셈이다. 군사력이나 경제 제재 등으로 표현되는 '하드 파워'와 반대된다. 이는 하버드대의 조지프 나이가 처음 사용한 개념으로 강제력보다는 매력을 통해, 명령이 아닌 자발적 동의로 얻어지는 능력을 말한다. (두산 백과 참조) BTS가 바다 건너 외국 팬을 많이 얻은 것도 SNS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덕분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래프 설명 : 대미 경상수지(빨간)와 상품수지(녹색) 흑자와 서비스수지 적자(파란) 추이. 흑자는 위로 오를수록, 적자는 아래로 떨어질수록 규모가 커진다. 출처 : 한국은행>


미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구조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한국은 지난해 상품수지에서 426억 달러의 흑자를 올렸지만, 여행이나 지식재산권 사용료 등이 포함된 서비스수지에서 미국에 139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이 분야에서 미국이 계속 이득을 보고 있다. 이런 구조가 단기간에 바뀌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경상수지에서 지식재산권 등 문화 관련 소프트 파워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소프트 파워는 그 자체로도 신성장 동력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 상품의 판매에도 후광 효과를 톡톡히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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