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올해 건설부동산업계는 주택시장과 관련된 정부의 각종 대책으로 가득 찬 한 해를 보냈다. 전 정부의 주거비 경감 대책에 이어 새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 정책, 가계부채 대책, 주거복지로드맵, 임대시장 투명화 방안 등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정부 규제와 미국의 금리 인상 등 악재가 쏟아졌지만,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은 수주과열을 부르는 등 건재를 과시했다.

◇주거비 경감대책으로 문을 열다

정부가 올해 2월 발표한 '내수활성화 방안 - 내수위축 보완을 위한 소비·민생 개선대책'은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주택시장 대책이 됐다. 4·1대책 등 주택시장 정상화에 몰두하던 박근혜 정부는 뒤늦게 주거비 등 주요 생계비 증가가 가계지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경감 방안을 제시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물량을 봄, 가을 이사철에 집중 공급하고 전월세 자금지원 한도를 늘리는 한편 전세금반환보증 활성화, 청년 전세임대, 대학생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들 중 일부 정책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주거복지로드맵에서 그대로 반복됐다.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분양…양극화되는 주택시장

정부에서 서민 생계비 경감대책을 발표하던 2월, 국내 최고층인 롯데그룹의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가 분양을 개시했다. 총 123층 중 42층~71층을 사용하는 이 레지던스는 최저가 42억3천만원, 최고가 377억원 등 3.3㎡당 평균 7천500만원의 분양가를 과시했다.

7월에는 대림산업이 서울 성수동에 '대림 아크로 포레스트'를 3.3㎡당 4천750만원에 분양하기로 해 아파트 최고분양가 기록을 세웠다. 한동안 깨질 것 같지 않던 아크로 포레스트의 분양가 기록은 이달 대신F&I가 '나인원 한남' 분양가를 3.3㎡당 평균 5천600만원으로 책정하며 깨졌다.

◇다시 불거진 건설회계 투명성 논란

올해는 현대건설이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아 건설회계 전반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됐다.

현대건설은 일부 국내외 공사현장에서 총공사예정원가 변동사유가 발생했지만, 공사진행률 산정시 이를 반영하지 않아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액을 과대 계상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외 공사협상에서 총공사 예정원가가 변동했는데도 공사진행률 산정시 이를 반영하지 않아 매출액을 부풀렸다.

금융위원회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에 각각 32억620만원과 1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취임…"주택과열은 다주택자 영향"

장미 대선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하던 여당출신의 김현미 의원을 첫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첫 여성 국토부 장관이기도 한 김현미 장관은 취임 일성에서 "아직도 이번 (주택시장) 과열 양상의 원인을 공급부족에서 찾는 분들이 계신 것 같다"며 "실제 속내를 들여다보면 현실은 다르다"고 일갈했다.

김현미 장관은 "경제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세대가 개발여건이 양호하고 투자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만 유독 높은 거래량을 보였다는 것은 편법거래를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다"고 지적하며 강남을 겨냥한 고강도 규제책을 예고했다.

◇8·2대책 등장…투기과열지구·분양가 상한제 부활

6·19 대책으로 서울 강남 등 주택가격 급등지역에 경고를 보냈던 문재인 정부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 취임 뒤 본격적인 규제책 마련에 들어갔다. 8월 2일 발표한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이른바 8·2대책은 집값 안정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보여줬다.

투기과열지구가 2011년 이후 6년 만에 민간택지지역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가 다시 살아났다. 청약가점 요건이 대폭 강화됐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가 내년 4월부터 시행된다.

◇반포주공1단지 수주과열…8·2대책 비웃은 강남재건축

정부의 8·2대책 이후 주택시장은 눈치 보기 장세로 접어들며 숨죽였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올해 강남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반포 주공 1단지(1, 2, 4주구)가 시공사 선정에 들어가며 GS건설과 현대건설이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1조원에 육박하는 특화설계 등 과열 양상을 띠던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은 급기야 7천만원 이사비 무상제공까지 나오며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는 양상을 빚었다.

수주의 영광은 현대건설이 가져갔지만, 과열 경쟁의 후유증도 만만찮았다. 재건축 수주 영업과 관련해 사정당국이 수사에 나섰고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대형건설사 도시정비사업 담당 임원을 소집해 구두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금리 인상과 10·24 가계부채 대책

작년 12월 한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미국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들어 3월, 6월, 12월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저금리 시대의 종언을 예고했다. 한국은행도 11월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 인상하며 6년 반에 걸친 저금리 시대를 마감했다.

금리 인상 기조 속에 가계부채에 대한 안팎의 우려가 점차 확대됐고 금융당국은 10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신DTI와 DSR 도입, 집단대출 보증한도 축소 등 다주택자의 자금원을 차단할 장치들이 등장했다.

◇주거복지로드맵과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

정권 출범 초기 주택가격 안정에 힘을 쏟은 탓인지 문재인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은 당초 예상했던 9월을 훌쩍 지나 11월 말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5년간 119조원을 들여 공적주택 10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주거복지로드맵은 청년, 신혼부부, 고령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주거복지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예고했던 시기를 훌쩍 지나 발표됐으나 임대차 시장 투명화 방안은 그나마도 보름을 넘겨 공개됐다.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은 계약갱신청구권, 임대료 상한제 등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했던 내용 대신 임대주택 등록자에 대한 인센티브로 채워졌고 시민사회단체의 극심한 비판을 받았다.

◇계약갱신청구권·임대료 상한제 임기말로…주거개혁정책 실종

정부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에서 계약갱신청구권, 임대료 상한제 도입을 2020년 이후에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임대주택을 등록하면 8년간 거주가 보장되는 데다 임대료율 상한규제를 받는 만큼 사실상 도입이라고 강변했지만, 시민단체는 대선공약 포기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정부가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에서 제시한 전망을 받아들이더라도 전체 세입자 중 보호받는 비율은 45%에 불과한 데다 그나마도 집주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한 것이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샀다.

◇국회에 발목 잡힌 아파트 후분양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아파트 후분양제의 단계적 도입 방침을 밝히며 불을 댕겼다. 국민의당 등 일부 야당 의원이 시민단체와 함께 손잡고 아파트 후분양제 전면도입을 추진했으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주택업계는 후분양제 도입 시 금융비용 부담으로 분양가가 상승하는 데다 신용등급이 낮은 건설사의 주택공급 중단으로 시장 혼란이 우려된다며 도입에 반대했다. 그러나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후분양제 전환에 따른 선분양 비용 절감 등 실제 비용 상승폭이 크지 않고 품질 확인 후 분양계약 등 소비자 보호 효과가 크다며 전면도입을 촉구하는 등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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