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청와대의 장·차관급 인사 검증 강화로 금융권 인사에도 '병목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청와대 검증 여력이 줄어든 데 따라 금융 공공기관과 국책은행들이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거나 정기 임원 인사를 늦추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은 하반기 정기 인사 시즌인 오는 7월에 임원 인사를 단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행내에 양해를 구했다.

현재 장·차관과 공공기관장 인선으로 한창 분주한 청와대가 국책은행 임원 인사 검증까지 진행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수은 임원 중 강승중, 신덕용, 김영수 본부장의 임기가 오는 7월 종료된다.

오는 7월이 하반기 인사 시즌인 기업은행 역시 임원 인사는 늦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11월 임기가 만료되는 부행장 인선을 7월 하반기 인사 때 함께 단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올해는 새 정부 출범 초기라 따로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현재 임기가 다 했거나 공석인 한국은행 부총재와 수협은행장, 예금보험공사 부사장, SGI서울보증 사장 등 금융권 일부 주요 보직에 대한 인선도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확률도 높은 상태다.

한은은 장병화 부총재가 지난 23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지만 아직 후임을 정하지 못했다.

한은 부총재는 총재가 후보를 추천하면 청와대가 검증을 거쳐 임명한다. 이주열 총재가 부총재 후보 명단을 제출해도 청와대가 검증을 진행하고 임명까지 하려면 최소한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총재 자리가 비는 데 따라 이제까지 7인 체제였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당분간 6인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수협은행은 이원태 전 행장의 임기가 지난 4월12일 만료됐는데도 차기 행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수협은행은 수협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수협중앙회와 수협은행에 1조7천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부가 미는 후보가 서로 달라 차기 행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예보 역시 임기가 지난 1일 끝난 김광남 부사장이 후임이 임명되지 않은 데 따라 직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 서울보증은 최종구 전 사장이 수은으로 이동한 지난 3월6일 이후 사장 자리가 계속 비어 있다.

내부 출신이 빈자리에 임명될 경우 후속 임원 인사가 이어지고, 외부 인사가 빈자리를 채울 경우 역시 물갈이성 인사가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수뇌부 공백이 채워지지 않으며 이들 금융기관의 임원 인사도 당분간 병목현상을 보일 전망이다.

인선 지연이 길어질 확률도 높다. 수협은행과 예보, 서울보증은 현재 공석인 금융위원장이 임명되고 나서야 후보군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주 인사추천위원회를 가동에 들어갔지만 아직 장관급 논의에 주력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0일 새 정부 첫 인사추천위가 종료된 후 기자들과 만나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를 시작할 여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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