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우리은행이 2년 만에 중간배당을 예고했지만, 시장의 기대치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 외화 유동성 관리를 강조하는 금융당국이 사실상 중간배당을 자제하라고 요청한 데다, 보통주자본비율(CET 1 ratio) 목표치 11%를 넘어야 자유로운 배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5일 중간배당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를 공시하며 사실상 중간배당 실시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은행은 이광구 행장의 임기 첫해인 지난 2015년 7월 처음으로 주당 250원의 중간배당을 했다.

이 행장은 주주 친화 정책을 강조했지만 지난해는 쉬어갔다. 민영화를 위해 외국인 투자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통주자본비율을 높여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 민영화에 성공한 이 행장은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다시 중간배당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간 자본 건전성이 충분히 개선된 만큼 실적만 뒷받침된다면 중간배당을 재개하겠다는 뜻이었다.

우리은행은 지난 1분기 6천37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어닝서프라이즈'를 선보였다. 상반기에는 무난히 '1조 클럽'에 가입하리란 게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시장에선 재작년에 실시한 주당 250원 수준의 중간배당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은행 내부에서 검토 중인 중간배당 금액은 주당 100원 안팎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분기에 기록한 우리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0.7%로 개선 추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내부 목표치인 11%엔 도달하지 못했다는 이유가 크다.

보통주자본비율은 해외 연기금 등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주목하는 경영 지표 중 하나다.

통상 장기 투자 성향을 갖는 외국인 투자자는 배당 여력을 의미하는 보통주자본비율을 당기순이익 규모보다 투자 결정에 더 많이 고려한다.

우리은행은 바젤Ⅲ의 보통주 자본비율 규제 가이드라인인 10.5%보다 더 여유 있는 목표치를 설정한 상태다.

시장에선 우리은행이 내년께 11% 넘는 보통주자본비율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배당을 늘리고 배당성향을 높이는 등 본격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시기는 내년부터인 셈이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대손준비금이 자본으로 인정되고 신용카드 내부등급법이 도입되면서 보통주자본비율이 크게 개선된 것은 맞다"며 "다만 아직 배당정책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은 수준에 불과해 이번에는 주주들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인사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은행권에 고배당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부담이다.

앞서 진웅섭 금감원장은 지난 4월 말 시중은행장과 가진 간담회에서 국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이유로 배당보단 유보금을 적립해 비상 상황에 대비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은행권이 사상 최대 수익을 내고 있지만, 전통적인 예대마진 수익이 늘었다기보다 부동산과 주식 매각 등 일회성 요인 덕분에 순익이 늘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우리은행 역시 지난 1분기 중국 화푸빌딩 관련 대출채권을 매각해 1천706억 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중간배당은 규모보단 다시 실시하는 데 그 의미를 둬야 한다"며 "시장 예상치 250원엔 미치지 못하더라도 잔여지분 매각 이슈를 고려했을 때 배당성향을 늘리겠다는 경영진과 이사회의 의지는 충분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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