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우의 투자 이야기] 갈수록 중요해지는 자산운용업의 위상
[이찬우의 투자 이야기] 갈수록 중요해지는 자산운용업의 위상
  • 승인 2018.01.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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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세상에 태어날 때 빈손으로 창조되고 빈손으로 세상을 떠난다고 한다. 불행히도 세상에 태어날 때만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태어난 가정과 국가에 따라 살림살이가 절대 동일하지 않다. 지역과 인종, 국가, 계층별로 빈부차이가 이미 상당히 결정돼 있기 때문이다. 소위 수저론이나 글로벌 난민들의 문제와 시민권 프리미엄이라는 것도 이러한 단면이라서 씁쓸한 생각이 든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지속해서 거론되고 있는 부의 불평등 문제는 4만~5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호모 사피언스 시대부터 존재해 오던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우리 시대의 화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세계 경제학자 100명이 참가한 네트워크 '세계 부와 소득 데이터베이스'는 '세계의 불평등 보고서'를 발표했다. 내용은 1980년부터 2016년까지 발생한 부 가운데 세계 상위 0.1%(7천만 명)가 차지한 규모와 하위 50%(38억 명)가 가져간 규모가 같다는 것이다. 그만큼 부의 쏠림현상이 글로벌하게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찍이 '총, 균, 쇠'의 저자인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뉴기니에서 만난 청년 얄리의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명저를 완성했다 한다. 그 질문의 요지는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좋은 상품들을 만들어 뉴기니까지 와서 팔아 잘 사는데 어째서 우리는 그러한 상품들을 만들지도 못하고 계속 가난하게 지낼 수밖에 없는가'라는 것이다.

2006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처음 넘어선 이후 12년 만에 3만 달러를 넘을 것이라 한다. 공식적으로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자산은 3억7천만 원인데, 부동산이 7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중산층이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야 여러 가지 있겠지만, 중산층의 자산증식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근본적 요인이 아닐까?

소득증가가 정체된 환경에서 저축이나 투자 여력이 없겠지만, 중산층 자산을 지속해서 증식시키는데 자산운용업계가 제대로 역할을 못 한 배경도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일반투자자들이 가장 손쉽게 접근해온 공모펀드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사모펀드에 밀리는 현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하기야 지난 10년간 해외투자에서의 손실액이 7조 원으로 추정되고, 지난 3개년간 코스피 지수상승률 이상으로 수익을 달성한 액티브 펀드는 451개 펀드중 15개(3.7%)에 그치고 있다. 반면에 사모펀드는 헤지펀드, 부동산 등에서 주로 자금력 있는 투자자를 상대로 하므로 일반 중산층들이 자산을 안정적으로 증식하기에는 접근 자체가 어렵다. 그래서 아파트 투기 붐이 있을 때마다 일반인들의 쏠림현상이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사실 외환위기를 겪을 때까지 우리 경제의 자산 축적은 크게 이루어지지 못해 자산운용업이 발전하기에는 토양이 척박했다. 외환위기를 겪은 지 20년이 지난 2017년 6월 말 현재 대외 순 채권규모는 4천241억 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특히 순 대외금융자산은 2015년 이후 (+)로 급속히 증가해 지난 6월 말 현재 2천241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어 글로벌 차원에서 자산운용이 본격적으로 추진돼야 할 시기에 있다.

이미 국내 외환보유액이 3천8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연금자산(국민연금ㆍ퇴직연금ㆍ개인연금ㆍ주택연금)은 1천조 원을 상회하고 있고, 각종 공제회 자산은 약 450조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복지 명목 금융자산들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들은 안정적으로 투자수익률을 높여 국부를 증식해 가야 할 책무를 엄중하게 느껴야 한다. 이 길이 중산층들의 자산을 증식시켜 부국강민(富國强民)을 이룩하고 복지국가를 앞당기는 지름길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글로벌 차원의 자산운용이 중산층의 과실로 이어지도록 규제 완화가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공모펀드의 운용규제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하여 일반인들도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행 주식, 채권 일변도의 단순한 칸막이식 공모펀드로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가 결코 쉽지 않으며,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불가능하다. 헤지펀드들이 운용하는 다양한 멀티 전략들과 다양한 투자상품(ETF, 메자닌 상품 등)을 언제라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투자대상 지역별로도 한국시장에만 집중하는 투자는 결코 안정적일 수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시장은 선진국시장, 이머징 시장 중의 하나일 뿐이다.

둘째로 다양한 부동산, 인프라 관련 펀드나 리츠 상품은 반드시 상장시켜 일반인들의 참여할 수 있는 공모펀드의 투자대상이 되어야 한다. 장기간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발생하여 수익률이 거의 확정적인 우량자산에 현실적으로 개인투자가 들의 참여가 어려우므로 아파트 투기가 이어지는 것이다.

셋째, 일선 창구에서 투자 자문을 해주는 소위 역량 있는 재무 설계사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나아가 모든 운용펀드는 객관적 전문기관을 통하여 운용현황이 정기적으로 비교 공시되고 평가되어 개인투자자, 보험가입자들이 지금보다 훨씬 쉽게 자신의 자산증식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항상 급속히 변화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시장에는 2018년 무술년 새해에도 총성 없는 전쟁이 지속할 것이다. 투자자들의 행운을 기원한다. (이찬우 국민대 특임교수 / 前 국민연금공단 기금이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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