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저금리ㆍ저성장 장기화로 연기금과 공제회로 자금이 몰리면서 '큰 손'인 이들 기관이 외부 자산운용인력을 빨아 들이고 있다.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건강보험 등이 잇따라 외부 전문가 영입에 나서 증권맨들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인력 30여명 채용을 진행 중이다.

지난 21일까지 서류 접수를 마쳤다. 1차 공개 채용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지원자들이 몰려 경쟁률이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56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잇따른 운용역 이탈로 올해 들어서만 벌써 2번째 운용 인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전주 이전 이후 첫 채용에서 30여명을 충원하려고 했지만, 최종적으로 15명을 선발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퇴사자가 30명인 것을 감안하면 1차 충원으로도 아직 순감 상태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 운용직 260명, 일반직 56명 등 총 316명이던 운용인력을 올해 말 334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운용역 채용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차 채용과 내부 인사를 통해 주요 실장급 인사를 마무리함에 따라 이번 채용에서는 전임운용역(실무경력 3년 이상)과 책임운용역(실무경력 7년 이상)등 주로 실무 운용역들을 뽑는다.

운용전략, 국내 주식운용, 국내 채권운용, 국내 대체투자, 해외증권, 해외대체, 리스크관리, 운용지원 등 기금운용본부 전 실에서 인력을 충원한다.

110조원을 굴리는 큰 손인 우정사업본부 역시 실무를 담당할 행정 7급 경력 경쟁 채용을 진행 중이다. 기간제가 아닌 정식 행정직 공무원 신분이 된다.

이번달 서류 전형을 통해 지난 23일, 5명으로 압축됐다. 면접에서 큰 사유만 없다면 이들은 우체국 예금사업단이나 보험사업단에서 자산배분과 리서치, 국내외 금융상품, 주식, 간접 자산관리를 담당하게 된다.

예금과 보험의 운용 전문인력이 70여명 정도인 점을 5명을 한꺼번에 외부 충원하는 것은 작지 않은 규모다.

3년 만에 자산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 현재 21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건강보험도 3명의 전문 운용역 채용을 시작했다.

자금운용전략 1명과 자금리스크관리·성과평가 1명, 자금운용지원 1명 등 3명을 공모한다. 행정직 3급과 4급 등 정규직으로, 책임급도 포함됐다.

건강보험은 기존 내부 인력 3명으로 자금을 운용했지만, 전문 운용 필요성을 느끼고 지난해부터 TF를 꾸리고 운용 조직을 강화해왔다.

올해 3월 27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로 CIO를 새로 뽑은 공무원연금 역시 주식운용팀장의 자산운용사 이동으로 후임을 외부에서 뽑았다. 주식운용팀장은 내부 승진을 통해 정했으며, 실무진 1명이 배치됐다.

연금이 대부분 전주, 세종, 강원 등에 있다보니 공제회 선호 현상도 눈에 띈다. 공제회는 거의 모두 서울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10조원의 군인공제회는 올해 신입직원 5명과 경력직 9명을 채용했는데, 이중 투자부서로 11명이나 배치됐다. 기존 84명에서 대폭 보강된 것이다. 경력직 전문 운용역 등은 군인공제회 내부에서 기대한 것보다 더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몰렸다.

최근 공제회 가운데 가장 가파른 자금 증가세를 보이는 노란우산공제회 역시 기존 17명에서 올해 경력직 사원 3명을 충원해 20명으로 늘렸다. 이들은 금융투자부와 대체투자부로 배치됐다.

국민연금은 운용역 1인당 운용자산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2조4천억원, 우정사업본부는 약 1조5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요 공제회들 역시 1인당 최대 3천억원의 자금을 운용해 1인당 운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연기금 관계자는 "저금리, 저성장 기조로 납부가 늘어 연금과 기금, 공제회 자금 증가 속도가 빨라진 만큼 인력 충원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통상 정식 채용이 많은 만큼, 국민연금을 비롯해 주요 연기금, 공제회의 자산운용 선발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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