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제 기업들의 진짜 실력을 구경할 차례다. 달러-원 환율이 1천60원을 위협하는 등 가파르게 하락하고 시중금리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 대내외 거시경제 변수가 녹록하지 않아서다. 집권 2년차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국민연금 등 공적 펀드를 통해 '연금사회주의'에 가까운 재벌 개혁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떡볶이 등 이른바 서민형 자영업 분야까지 잠식하며 편하게 사업했던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은 벌써 울상이다.

◇ 재계 "추가 부담 100조원"…코스피 매도 포지션 잡아야 하나

재계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올 한 해에만 100조원 가량의 추가 부담이 기업에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에 육박하는 규모다. 최저임금을 시간당 6천470원에서 7천530원으로 인상하는 데 따른 추가 부담이 15조원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다 근로시간 단축까지 감안하면 기업들의 추가 부담이 12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경제연구원은 추정하고 있다. 법인세 인상과 통상임금 판결 후폭풍 등으로도 최고 40조원 가량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기업들의 주장만 살피면 올 한해 우리 주식시장은 대재앙을 맞을 전망이다. 상장사의 영업이익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수익이 모두 허공으로 사라질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 등 주요 지수도 곤두박질 칠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기업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기업들의 재무 제표도 면밀하게 살펴야 할 듯하다. 기업들의 하소연이 설득력 있다고 믿는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포지션을 잡아야 할 처지여서다.

아직은 주식 투자자들이 기업들의 하소연을 귀담아듣지 않는 듯하다. 2일 개장한 주식시장은 코스닥지수가 800을 상향돌파하는 등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 자본 누린 복지 혜택 중 일부는 노동자 몫

기업가들이 편하게 사업하던 시절은 지났다. 자업자득이다. 기업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고환율 등 우호적인 거시경제 환경 속에서 성장을 거듭했지만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책임을 외면해 왔다.

기업가들은 그동안 각종 신용보증 등을 통해 자본에 대한 일종의 복지 혜택도 한껏 누려왔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이 보증한 기업 보증 규모만 지난해 기준으로 83조8천억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 45조원 수준에서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신용보증규모는 확대됐지만 한계기업은 오히려 증가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만8천577개 외감법인(연매출 100억원~3천억원)을 대상으로 2012~2015년 한계기업 비중을 조사한 결과 41개 업종 중 32개(78%) 업종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증가했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00% 미만인 기업으로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기업을 뜻한다.

기업가들에 대한 일종의 복지 혜택인 신용보증 증가가 기업들의 생존이나 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이제 이런 혜택 중 일부라도 노동자들에게 직접 부여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모색할 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천69시간이다. 35개 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의 1천363시간보다 706시간이나 많고, OECD 평균 1천764시간보다더 305시간 많다. 노동자들이 얼마나 더 참고 견뎌야 하나.(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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