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가 본격적으로 강화되는 2018년, 투자종목을 제외하는 네거티브 전략보다는 사회책임투자에 충실한 기업 투자를 늘리는 포지티브 전략이 더 적합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3일 국민연금연구원은 "국민연금의 시장점유율이 과다해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통해 배제한 자금을 다른 곳에 운용하기 어렵다"며 "향후 기금 성장기에 기금적립금 증가는 더욱 그 한계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네거티브 스크리닝은 무기, 도박, 담배, 알코올, 원자력 발전, 포르노 등과 같이 어떤 기준 내지 가치관을 기반으로 그 기준에 맞지 않는 기업이나 업종, 국가 등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법이다. 1920년대 미국의 기독교계 재단으로부터 시작된 가장 오래된 책임투자방법으로 유럽에서도 널리 보급되고 있다.

포지티브 스크리닝은 1990년대 유럽에서 시작된 방법론으로 동종 업계에서 ESG 관련 평가가 가장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을 뜻한다. 이는 각 ESG(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요인을 높게 고려하는 기업은 중장기적으로 실적이 높아진다는 발상에 근거한다.

글로벌 지속가능투자 현황을 보면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이 지속가능 투자전략의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그 외의 방식은 사실상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운용 규모가 600조 원을 돌파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국내 자본시장 규모 대비 국민연금이 더 빨리 급증함에 따라 국내 자본시장은 물론 국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수준은 해외연기금 대비 과다하게 높은 상태다.

실제 2016년 연차보고서를 기준으로 볼 때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6.75%, 채권시장에서 16.01%의 점유율을 보인다.

일본 GPIF가 자국 주식시장에서 5.06%, 채권시장에서 4.24%, 캐나다 CPPIB가 0.67%, 4.00%의 점유율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국민연금의 시장 영향력은 크다.

또 지난해 2분기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만 약 120조 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상장사만 280개사에 달한다. 대기업 100여 곳의 지분은 약 10% 전후로 가지고 있는데, 단일주주로는 유일하게 국내 주요기업 대부분에서 최대주주 또는 2대 주주에 해당한다.

채권시장에서도 역시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채가 전체 국채시장의 3분의 1에 달하며 장기채일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한 상태다.

최영민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은 네거티브 스크리닝과 같이 투자종목에서 제외하는 전략보다는 ESG 요인의 준수에 충실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포지티브 스크리닝 전략이 더 적합하다"며 "다만 ESG 요인을 고려할 여력을 가진 기업이 이미 안정상태인 대기업 위주로 구성될 가능성이 있어 코스피200 대상기업 투자와 차별점을 가지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포지티브 스크리닝 역시 투명하고 공정한 의사결정 여부, 정부 정책의 영향에서 자유로운지 등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국민연금의 현 상황, 실무적 제약,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의 변화속도 등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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