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이병철 KTB투자증권 부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되는 듯 보였던 KTB투자증권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진흙탕싸움으로 번질 조짐이다.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조건에 대해 이견을 드러내면서 양측 간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3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KTB투자증권은 전일 이 부회장이 2천75만7천226주(지분율 38.32%)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이 부회장이 권 회장의 보유주식 1천324만4천956주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지난달 29일 체결했다는 설명이다.

이 계약이 완료되면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 이 부회장의 지분은 14.00%에서 32.76%로 늘어 1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권 회장 지분은 기존 24.28%에서 5.52%로 줄어든다.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 보였던 KTB투자증권의 경영권 분쟁은 권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조건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면서 다시 점화됐다.

양측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권 회장은 지난달 19일 제3자에게 보유 지분을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권 회장은 주식을 넘기면서 경영권도 포기할 결심을 굳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권 분쟁으로 주주와 회사 임직원 등 관계자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어 회사를 위한 유일한 선택이었다는 게 권 회장 측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권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점이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권 회장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검찰은 지난해 11월 KTB투자증권 여의도 본사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아직 제3자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KTB투자증권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3자에게 주식을 팔기로 한 지난달 19일 이후에도 권 회장은 시장에서 계속 주식을 매입했다.

이에 대해 권 회장 측은 "제3자와는 지난달 19일 자로 매각 가격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매각가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제3자에게 매각하더라도 지분 경쟁이 예상돼 원활한 경영권 이전을 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권 회장이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이 부회장에게 매도참여권과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통지함에 따라 이 부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권 회장은 '임직원 일자리 보장' 등이 포함되지 않는 등 이 부회장이 매입하기로 한 조건이 제3자 매각 조건과 다르다며 우선매수청구권이 무효라고 반발했다.

권 회장 측 관계자는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조건을 합의할 당시 제3자에게 팔기로 한 것과 동일한 조건으로 매수인이 사도록 돼 있다"며 "만일 이 부회장이 그런 조건에 모두 합의하면 여전히 합의할 여지는 남아있지만, 지금 상태로는 팔지 않겠다는 게 권 회장의 뜻"이라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계약 조건 등이 알려지지 않아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지만, 권 회장이 자기편 사람에게 회사를 팔려고 했는데 예상과 달리 이 부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자 딴지를 거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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