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호텔롯데와 호텔신라는 물론 신세계조선호텔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주요 호텔·면세업체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위기에 처했다.

호텔과 면세점의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경제보복 등으로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이들 업계의 실적부담도 한층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기업평가는 정기평가를 통해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신세계조선호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등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현재 한기평은 호텔롯데와 호텔신라에 각각 'AA+'와 '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는데, 향후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현재 'A'와'A-' 등급인 신세계조선호텔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도 등급 강등에 빨간불이 커진 셈이다.

한기평은 주 수익원인 면세사업의 수익성이 약화, 호텔 및 면세사업 확장에 따른 재무부담 가중, 중국 관광객 급감에 따른 실적저하 우려 등을 이유로 지목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면세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중국인 입국객은 올해 3월과 4월에 36만명과 23만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각각 40%, 67% 급감한 데 이어 현재까지도 감소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최근 수년간 대규모 확장투자로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등 주요 5사의 순차입금은 지난 2014년 말 2조7천억원에서 작년 말 4조9천억원으로 급증했다. 중국 관광객 급감에 따른 현금창출력 약화는 재무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신용평가도 호텔롯데와 호텔신라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한신평도 면세점 산업 전반의 영업환경 변화, 중국 관광객에 집중된 사업구조와 이에 따른 수익성 저하, 신규투자에 따른 재무구조 부담 등을 이유로 지목했다.

한신평은 면세점 시장규모가 지난해 12조원에서 올해는 10조~11조원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으며, 현재로서는 중국 관광객 수요의 정상화 시점과 회복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단기간에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홍석준 한신평 연구위원은 "호텔롯데의 경우 보유부동산, 투자지분 등 자산가치에 기반한 재무융통성도 국내외 대규모 투자로 차입부담이 크게 증가했다"며 "영업 현금흐름이 감소하는 데다 IPO 재추진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주요 호텔·면세점 업계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곽노경 나이스신평 실장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등급 전망 조정은 신규 면세점 출점에 따른 고정비 부담확대로 영업 수익성이 저하된 가운데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의 경쟁 강도 심화에 따른 구조적인 사업 안정성 저하를 고려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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