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미국 동부의 추운 날씨가 연초 금융시장을 흔들 여지가 생기고 있다.

뉴욕주 북쪽의 나이아가라 폭포가 언 데 이어 새해 전야제 '볼드롭' 행사가 있었던 맨해튼 타임스퀘어는 영하 13도로 역대 두 번째로 낮은 기온을 기록했다.

새해 들어 미 기상청은 북극 기단이 다음 주 미 중부와 동부에 더 위험한 추위를 몰고 올 것 같다고 경고했다.

기상학자들은 '폭탄 저기압(bomb cyclone)'이 미 북동부에 강추위와 눈보라를 몰고 올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주말 3일 최저 기온 예보가 영하 16~14도다.

추운 날씨는 난방 수요를 늘리고, 이는 금융시장에서 유가 상승 기대를 키운다.

지난해 서부 텍사스산(WTI) 유가는 2년 반 만에 60달러 위로 올라서 마쳤다.







<그림 설명 : 뉴욕시 2017년 12월 평균 기온(화씨 기준)과 실제 기온

추이>



문제는 구리 등의 원자재 가격도 연말에 유가와 같은 방향으로 들썩였다는 점이다. 구리는 지난해 31% 올라, 2010년 이후 가장 좋은 한 해를 보냈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올해 세계 경기 회복세 지속에 대한 기대를 선반영하는 신호로도 풀이되고 있다.

게다가 달러 약세가 새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원자재는 가격을 매기는 달러 가치가 약해지면 상대적으로 싸 보이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기 좋은 환경에 놓인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수수께끼'라고 한 물가 부진을 깰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전체 판을 흔들 수 있다.

시장도 이를 감지하고 있다.

새해 들어 채권시장의 물가 기대를 보여주는 10년물 국채와 물가연동채 간 금리 차이(BER·breakeven rates)가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2% 선 위로 올라섰다.







<그래프 설명 : 2017년 WTI(빨강) 구리(파랑) 선물 가격 추이>



미 국채 장기물의 금리 상승 압력이 가중될 환경은 물가 한 가지만 빼고 거의 완성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연준은 지난해 세 차례에 이어 올해에도 같은 횟수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으며 4조5천억 달러에 달하는 보유 자산 축소도 진행 중이다.

미국인들은 10년 내 저축을 가장 덜 하고 소비를 늘리면서 미 경제가 3%대 성장세를 2분기 연속 달성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집권 여당 공화당은 우여곡절 끝에 친 성장정책의 큰 축인 세제개편도 통과시켰다. 법인세율이 35%에서 21%로 낮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10년물 국채금리는 일 년 전보다 낮은 2.409%에서 마감했다. 반면 2년물은 올라, 10년과 2년물 금리 차이가 연초 120bp에서 50bp가량으로 좁혀졌다.







<그래프 설명 : 2017년 미 국채 10년물(빨강)과 2년물(파랑)

금리 추이. 두 금리가 점점 붙고 있다.>



결국, 현재 상황은 미 장기 국채 금리가 그동안 눌린 만큼 급하게 튀어 오를 동력이 비축된 상태라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새해 전후로 계속되는 미 동부의 한파가 부추긴 유가 상승이 나중에 10년물 금리를 급등하게 할 나비효과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나비효과는 나비의 날갯짓 같은 미세한 사건이 예상치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물론 원자재 가격이 높인 물가 상승 기대가 기저 물가에 반영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경제학자들은 경제지표가 확인되는 2분기까지 판단을 유보할 가능성이 크지만, 시장은 늘 기대 때문에 한발 앞서 움직인다는 점을 유념해 보자. (이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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