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일본 닛케이 지수가 2만선을 회복한 가운데 일본은행이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일본은행이 작년 7월 시장 불안 심리 확대를 막기 위해 ETF 매입 규모를 연 6조 엔으로 거의 두 배 확대했으나, 시장이 안정을 되찾은 만큼 규모를 축소해도 되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신문은 일본은행이 이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아직 아니라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은행의 ETF 보유 잔고가 17조 엔(약 173조 원)을 돌파해 일본 공적연금(GPIF)과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에 이어 3위 기관투자자로 급부상했다고 추정했다.

작년 일본 개인 주주들이 일본 주식을 순매도했고 일본은행이 이를 받아낸 것으로 추측됐다. 미즈호종합연구소는 일본은행의 ETF 매입이 닛케이 지수를 최대 2,000포인트 정도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이 10위 내 대주주로 포함된 회사는 상장사 3천675개사 가운데 833개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주주명에는 ETF를 실제 매입하는 신탁은행의 이름이 올라가 있지만 배후에는 일본은행이 있다는 분석이다.

신문은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이나 반도체 업체 어드밴테스트 등 일본은행이 1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기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일본은행이 매우 안정된 주주라는 점에서 환영하고 있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일본은행이 민간의 투자 기회를 빼앗고, 주가를 왜곡한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또 현재 일본은행이 주가 상승으로 수조 엔이 넘는 평가이익을 거두고 있으나 세계적인 금융위기 등으로 일본 주식이 크게 하락하면 손실을 볼 우려가 있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ETF 매입을 축소할 경우 금융완화에서 후퇴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게 돼 기대 인플레이션이 더욱 저하되고, 실제 물가도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일본은행 관계자는 "ETF 매입을 갑자기 축소하면 순식간에 주가가 급락해 구로다 완화의 성과가 한순간에 날아갈 수 있다"며 ETF 매입 축소 가능성을 강하게 부정했다.

신문은 현재와 같은 경제 상황이 계속되면 적어도 향후 몇 년간은 ETF 매입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본은행 주류의 생각이라며, 강심제 주사를 계속 투여받고 있는 시장이 결국 어디로 향하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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