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은행주가 기준금리 인상 이후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신한금융지주 주가는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치열한 리딩뱅크 경쟁을 벌였던 KB금융지주와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것도 모자라 최근 하나금융지주에도 5년 여 만에 역전당하면서 시장은 신한금융의 부진을 심상치 않게 여기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주는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 등에 따른 호(好)실적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약 60% 주가가 상승했으며, KB금융도 50%, 우리은행도 20% 이상 올랐다. 다만 신한금융 상승률은 10%에도 못 미치며 4대 은행주 가운데 가장 저조했다.

지난 5일 장 마감 기준 신한금융 주가는 5만100원으로 KB금융(6만4천100원)과 1만4천 원 차이가 난다. 시가총액도 3조 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신한금융은 최근 하나금융(5만2천300원)에도 밀리기 시작했다.

하나금융 주가가 신한지주를 앞선 건 2012년 8월 14일 이후 5년 4개월 만이다. 당시 하나금융이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외환은행을 완전 자회사로 만들기 전으로 지금보다 주식 수가 훨씬 적었기 때문에 신한지주 주가를 앞서는 게 가능했다. 통합은행 이후 하나금융 주가는 한 번도 신한지주를 앞선 적이 없다.

신한금융은 주가 부진 원인에 대해 경쟁 금융지주사들의 주요 경쟁력 변화를 꼽았다.

KB금융이 LIG손해보험, 현대증권을 잇달아 인수하며 실적 개선 효과를 톡톡히 봤고, 하나금융도 외환은행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KB금융은 작년 3분기부터 KB손보와 KB캐피탈 실적이 지주 손익에 100% 반영되면서 리딩뱅크 탈환의 발판을 마련했고, 하나금융 양 은행 전산 통합으로 인력과 자원 관리 효율성을 높이면서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졌다.

이와 함께 신한금융은 저금리가 계속되며 과거 신한만이 가지고 있던 건전성 부문에서의 차별성도 희석됐다고 진단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에서도 단 한 번의 적자를 기록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이 투자 매력도를 높여왔지만, 현 경영 환경에서는 기업 가치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 호조로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증가한 것도 신한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신한금융의 성장세가 한계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지난 10년간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고른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리딩뱅크를 수성해 왔지만 최근 들어 큰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독보적 업계 1위였던 신한카드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고, 2021년 도입될 새 회계기준(IFRS17)으로 신한생명도 자본확충 부담이 커진 것도 내부적으로는 큰 고민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임기 2년 차를 맞는 조용병 회장과 위성호 행장이 손해보험사 M&A 등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할 시점으로 보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유치 않은 상황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업종 대표주 자리를 KB금융에 내준 이후 공격적인 M&A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을 시장이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본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규모의 자본확충이 필요한 대형 M&A를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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