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금융투자업계의 신사업과 인수·합병(M&A)이 금융감독당국의 인허가 장벽에 부딪혀 잇따라 지연되거나 무산되고 있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대우의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가 중단된 데 이어 KB증권이 인가 신청을 철회했다.

하나금융투자의 하나UBS자산운용 지분 인수 심사 역시 중단된 상태고 케이프투자증권의 SK증권 인수도 지연되고 있다. 웨일인베스트먼트는 인허가 심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칸서스자산운용 인수를 중단했다.

8일 금투업계에 따르면 웨일인베스트먼트는 칸서스자산운용과의 신주 매매 계약을 해지했다. 금융당국이 인수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대주주 변경 승인을 보류한 데 따라서다.

웨일인베스트먼트와 칸서스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4일 유상증자 신주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계약 해지에 따라 매물로 다시 등장할 것으로 관측이 나온다. 칸서스자산운용은 지난 2016년에도 DGB금융지주와 인수협상을 벌였으나 불발된 바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의 SK증권 인수도 금융당국의 심사가 길어지며 지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케이프컨소시엄이 SK증권 지분을 사모투자펀드(PEF) 출자 방식으로 인수하는 것을 문제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프투자증권은 특수목적회사(SPC)인 '이니티움2017 주식회사'를 통해 SK증권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LIG투자증권 인수 참여자들과 동일하게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이미 한 차례 대주주 적격성을 갖췄다는 판정을 받은만큼 인수 심사 통과를 자신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LIG투자증권 인수 당시와 구조가 다르다고 보면서 심사가 길어지고 있다.

하나금투의 하나UBS자산운용 완전자회사 편입도 암초에 걸린 상태다.

하나금투는 지난 9월 스위스 글로벌 금융그룹인 UBS로부터 하나UBS자산운용의 지분 51%를 인수했다. 지분 인수가 완료되면 하나UBS자산운용을 하나금투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이 은행법 위반 혐의에 따라 검찰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하나금융투자의 하나UBS자산운용 인수 승인 심사를 중단하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KB증권은 지난 3일 금융당국에 단기금융업 신청을 철회하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KB증권은 공문에서 "시장금리 변동 등의 시장 환경 변화로 발행어음 발행과 관련해 재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철회 이유를 밝혔다.

금투업계에서는 KB증권이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기 어려워지자 신청을 철회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달 13일 KB증권에 대한 단기금융업 인가와 관련해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보류했다.

이 안건은 오는 10일 증선위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었지만, 금융감독원이 옛 현대증권 시절 불법자전거래로 중징계를 받은 이력 때문에 '인가 불가'로 안건을 올려 이번 회의 때도 결론이 뒤집히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이에 앞서 삼성증권과 미래에셋대우의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가 중단됐다.

미래에셋대우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점이 심사 중단 사유다. 삼성증권은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특수관계인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형사 소송이 진행 중인데 따라 심사가 중단된 상태다.

금투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M&A를 통한 금투업계 재편이 활발하게 이뤄진 데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이라는 제도가 새로 도입되며 인가 신청이 많았고 그에 따라 심사의 벽을 넘지 못하거나 중단된 사례도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