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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수연의 전망대> 휴브리스(hubris)와 네메시스(nemesis)
    배수연  |  n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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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8.01.08  08: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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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인포맥스) 초잡다(경상도), 쪼잔하다(전라도), 투수하다(평안도). 행동이나 말 따위가 쩨쩨하고 남부끄럽다는 뜻을 가진 '치사하다'의 각 지역별 사투리다. 지난 주말 서울 강남에서도 부자 동네로 손꼽히는 대표아파트 단지가 최저임금 상승을 이유로 경비원 전원을 해고했다. 이런 걸 두고 치사하다고 한다.

    ◇치사한 기득권층

    국민소득 개인당 3만달러, 세계 11위의 경제대국,강남 아파트 평당 5천만원 시대의 대한민국이 시간당 최저임금 7천530원도 수용하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다. 주요 경제연구소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나라가 망할 것처럼 호들갑스러운 보고서를 쏟아내고 주요 언론들은 물가가 치솟을 것이라고 저주를 퍼붓고 있다. 다랍다(언행이 순수하지 못하고 인색하다는 뜻으로 치사하다의 비슷한 말).

    그동안 대한민국의 기득권들은 서울 강남의 어느 아파트와 닮은꼴로 행동해왔다. 치사했다. 정의나 약자에 대한 배려는 그들의 안중에 없었다. 공동체의 공동선을 존중하고 그것이 깨졌을 때 바로 잡아야 한다는 양식도 기대하기 힘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계몽적인 훈계만 그들의 단골메뉴였다. 경쟁에 도태된 자는 게으르고 무능한 자이고 승리한 자가 모든 걸 가지는 게 당연하다는 게 그들의 가르침이다. 사회적 약자는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된 이른바 루저와 동의어다. 척박한 삶으로 내몰린 약자들은 열심히 살지 못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기득권층에게 존 롤스의 정의론은 사치일지도 모를 일이다. 정치철학자 존 롤스는 "사회의 기본 구조는 가장 혜택 받지 못한 사람들이 이용가능한 기본재화를 극대화하고 모든 사람이 향유할 수 있는 평등한 기본적 자유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혜택받지 못한 사람, 소외받은 사람 등이 적어져야 정의로운 사회라는 의미다.

    ◇정부라도 나서라…재정 여력은 충분

    기득권층이 치사하게 나오면 정부라도 나서서 약자들을 돌봐야 한다. 재정이 모자라면 증세라도 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조세부담률+사회보장기여율)은 약 26.3%로 OECD 평균 34.3%에 비해 자린고비 수준이다.

    부자 등 기득권층의 부담이 OECD 평균보다 그만큼 작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동안 법인세 명목세율은 24% 수준이었지만 실효세율은 16.8%에 불과했다. 일부 연구기관은 10대 대기업들의 실효세율이 10.7%에 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이 부담하는 사회보장기여금의 비중은 GDP 대비 2.6%로 OECD 평균의 반토막에 불과하다.

       




    <OECD가 집계한 2016년 기준 국민부담률>

    'GDP 대비 정부의 총지출'도 30.2%로, OECD 평균 42.7%와 큰 차이가 난다. 자린고비 국민부담률에다 정부 지출이 작은 탓에 재정건전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통합재정수지 기준으로 흑자를 기록하는 나라는 우리가 거의 유일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발표한 재정점검보고서(IMF Fiscal Monitor)에 따르면 한국 재정수지는 2022년까지 GDP(국내총생산) 대비 1.1%가 넘는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경기변동이 세수에 미치는 영향을 제거한 조정치도 GDP 대비 0.6% 이상이었다. OECD 회원국 모두가 부러워할 정도로 우리의 재정은 여력이 있다. 이제 더불어 사는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잘 산다는 의미다.

    ◇휴브리스(hubris)와 네메시스(nemesis)

    현재 자신이 누리고 있는 혜택이나 특권을 스스로 쟁취했다고 착각하는 마음을 오만이라고 부른다. 인간에게 비극을 가져다 주는 지름길이다. 그리스어로 휴브리스(hubris)라고 한다. 휴브리스라는 병에 걸리면 두 눈을 부릅뜨고 직시해야 할 현실 감각을 상실하고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다. 눈앞의 현실을 보지 못하니 자신에게 닥쳐오는 위험도 감지하지 못한다. 오만에 빠져 눈 뜬 장님이 되었을 때 찾아오는 불행을 그리스인들은 네메시스(nemesis)라고 했다. 이 때 네메시스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앙갚음, 보복의 의미가 아니다. 내게 주어진 일을 하지 않았을 때 감수해야 하는 어떤 것을 의미한다.(배철현의 '심연' 가운데 일부)

    휴브리스에 빠져 눈앞의 현실을 보지 못하고 내게 주어진 일을 하지 않았던 전 정부의 민정수석은 법정 구속이라는 네메시스를 당했다. 그도 서울 강남의 그 아파트 주민이었다.(취재부본부장)

    n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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