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올해 정유·석유화학 업체들이 잇달아 기업공개(IPO)를 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자금조달 필요성과 업황 호조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 현대오일뱅크·SK루브리컨츠, 올해 IPO…SK인천석유화학도 후보군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 현대로보틱스는 지난해 12월 26일 이사회를 열고 종속기업 현대오일뱅크를 올해 중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3%를 들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사업만 하고 있다. 석유화학 사업도 했으나, 지난 2010년 2월 현대코스모에 해당 사업을 매각했다.

원유정제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현대오일뱅크에서 휘발유는 17.65%(매출 기준), 등유 10.53%, 경유 35.22%, 중유 10.48%, 기타 25.47%를 차지하고 있다.

IPO시장에서는 현대오일뱅크 공모규모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모총액이 1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SK루브리컨츠도 올해 주식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했다.

미래에셋대우, 씨티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트스위스는 공동주관사로 뽑혔다.

SK루브리컨츠는 윤활유 브랜드 '지크(ZIC)'를 보유한 업체로, 기유사업과 윤활유사업을 하고 있다. 작년 3분기 매출액 연결기준 기유사업 비중은 87%, 윤활유사업 비중은 13%다.

기유는 원유에서 여러 정제공정을 거쳐 제조된 유분으로, 마찰을 감소시키는 윤활제 기능을 가진 물질이다. SK루브리컨츠는 성능을 강화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기유에 각종 화학 첨가제를 배합해 윤활유 제품을 만든다.

SK루브리컨츠의 최대주주는 SK그룹의 에너지·석유화학부문 중간 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지분율 100%)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인천석유화학 등도 종속기업으로 두고 있다.

IPO시장에서는 SK인천석유화학도 IPO 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SK인천석유화학이 지난 2013년 시설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신한프라이빗에쿼티(PE)와 스톤브릿지캐피탈을 대상으로 8천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했기 때문이다. 통상 RCPS 투자자는 기업 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다.

신한PE와 스톤브릿지캐피탈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SK인천석유화학 지분 32%를 보유하고 있다.

◇ "자금조달 필요성과 업황 호조 맞물린 결과"

정유·석화업체들이 상장 준비에 나선 것은 자금조달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황 침체로 일감이 줄면서 고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말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46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3분기 누적기준 현대중공업 영업이익이 4천87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작년 4분기에만 3천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일감 절벽'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대규모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SK루브리컨츠를 상장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작년 11월 열린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2020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SK루브리컨츠는 지난해 11월부터 글로벌 타이어 제조업체 미셸린의 중국 내 1천500개 판매망을 통해 지크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하는 등 아시아 최대 윤활유 시장인 중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정유·석화업체 실적이 업황 호조를 맞아 성장세를 기록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실적이 향상되면 기업가치가 증가해 IPO시장에서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유제품 공급부족 상태는 적어도 2019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라며 "석유화학 역시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등 일부 제품에 국한된 증설을 제외하면 대다수 제품은 증설 부족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유·석유화학 산업 전체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업환경이 우호적"이라고 예상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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