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외환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강력한 달러 매수세로 지난 8일 달러-원 환율이 장중 1,058원대에서 1,069원대로 급반등했다.

원화 강세 속도가 과도하다는 기본적인 인식 아래, 달러화가 1,050원대로 밀리면 시장 심리가 급격하게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달러화의 단기 하한선을 1,060원으로 바라보는 시장참가자들이 늘어났음에도 해당 레벨이 무너지면 1,050원 선으로 빠르게 밀릴 가능성이 컸다.

아울러 당국은 환율 정책 스탠스가 변화했다거나 미국 눈치 아래 적극적으로 개입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시장의 인식을 한꺼번에 불식시키려 한 의도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 당국, 왜 1,050원대 후반에 등장했나

9일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에 따르면 전일 오전 10시 27분경 달러-원 환율이 1,060원을 밑돌고 1,058.80원에 이르러 당국 추정 달러 매수 개입이 본격화했다.

약 10분 만에 1,069.90원까지 환율이 뛰었다.

당국의 정책 우선순위가 변동성 관리에 있다지만, 경험상 1,050원대는 1,000원 선에 다가서는 1차 지지선으로 작용해 왔기 때문에 해당 레벨을 막은 것으로 시장참가자들은 분석했다.

과거 달러-원 환율은 2011년 7월 하순, 2013년 1월 중순, 같은 해 12월에 1,050원 선 부근에서 등락하다가 더는 밀리지 않고 방향을 위로 잡은 적이 있다.

1,050원을 하회한 2014년 4월에는 약 3개월 동안 1,008원까지 한 방향으로 환율이 하락했다.

당국은 1,050원 선에 바짝 다가선 시점이 아닌 1,050원대에서 선제로 시장에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일부 시장참가자는 당국이 1,050원대에 앞서 1,060원 선 자체를 지키려 했다기보다 1,050대 후반에서 개입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1,060원대를 하한선으로 보고 있더라도, 장중 일시적으로 1,060원 선이 밀릴 가능성을 당국 역시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기 하한선을 바라보는 전망이 1,050원과 1,060원으로 갈리는 와중에 1,050원대 후반은 반등을 모색하는 시점으로도 적절했다는 얘기다.

외환시장의 한 전문가는 "지난주 1,060.20원까지 환율이 밀렸기 때문에 1,050원대 후반까지 내려야만 하단 인식이 확실히 생길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 전문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눈치를 보거나 새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 등으로 당국이 원화 강세를 용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환 당국의 기본 정책상 레벨 타기팅(표적화)를 하지 않기 때문에 쏠림 현상이 심해질 지점에 이르러 시장에 모습을 나타냈다는 분석도 있다.

수급상 균형이 이뤄지던 1,060원대를 지나, 심리적 요인에 의해 1,050원 선으로 쏠림 현상이 가속할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의미다.

실제 전일 달러-원 환율이 1,060원 선에 이르러서는 기존 롱 포지션을 잡았던 곳들이 롱스톱 및 숏 포지션 구축으로 대거 전환하기도 했다.

◇ 환시 "개입 수긍한다…시장 심리 돌아설 것"

시장참가자들은 대체로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당국이 시장에 나왔다고 평가했다.

A 은행의 외환딜러는 "1,065∼1,066원까지 올랐을 때 개입이 끝났다고 봤는데, 생각보다 세게 나왔다"며 "1,060원대를 바닥으로 시장 심리를 전환하려 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딜러는 "어려웠던 딜러들도 있었겠지만, 1,070원 가까이 오르면서 장중 롱 플레이 대응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그는 "주식·채권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많이 들어오지만,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도 나타나고 있어 바닥을 확인한 것 같다"고 말했다.

B 은행 딜러는 "거래가 다소 힘들었지만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 1,064원대에서는 숏커버가 나왔다"며 "당국 스탠스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납득할 수 있는 개입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딜러는 "당국이 최소 아래쪽은 이 정도가 마지노선이라는 점을 보여줬다"며 "당국 변수도 시장의 한 부분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 은행 외환딜러는 "모델 펀드 등 일부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투자자가 숏커버를 내면서 시장 심리가 조금은 바뀌었다"며 "타이밍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개입 이전에 숏 포지션을 깊숙하게 가진 역내 플레이어는 많지 않았다"고 추정했다.

그는 "시장 심리가 확실하게 돌아서려면 1,070원대는 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1,060∼1,070원대 레인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D 은행 딜러는 "근래 당국은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시장을 관리하는 것 같다"며 "어제는 의도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는데, 변동성 축소 스탠스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한 듯하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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