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금융투자업계에서 채권형 헤지펀드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일부 운용사의 채권형 상품에선 대규모 자금 이탈이 나타나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단기물 금리가 내리면서 듀레이션을 짧게 가져가는 채권형 펀드는 주목을 받은 반면 일드 커브에 베팅한 하우스는 타격을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흥국자산운용의 채권형 헤지펀드 3개는 지난해 10월 중순 기준 설정액이 9천억원을 넘겼으나 전일 기준으로는 3천390억원에 그쳤다. 반년도 지나지 않아 설정액이 6천억원 가량 이탈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2개의 펀드가 청산돼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흥국운용은 지난해 채권을 기초 자산으로 롱숏, 멀티스트래지 등의 전략을 추가한 펀드를 출시해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펀드 목표 수익률은 기준금리에 100bp 정도로 설정됐다.

특히 이 운용사는 채권 명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장단기물의 금리차, 근월물과 원월물 간의 스프레드 차이 등에 대응하는 식으로 롱숏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채권운용본부장이 이탈하고 펀드 수익률까지 영향을 받았다. 대표 펀드인 2호 펀드는 연환산 2.62% 수준이나 재량투자 제4호 펀드의 경우 마이너스(-) 4.59%까지 내렸다.

한편, 최근 단기물 금리가 내려 방망이를 짧게 쥔 다른 채권형 헤지펀드들은 오히려 자금이 유입됐다.

교보증권의 경우 단기물에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총 91개, 1조5천553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 중 단연 최대 규모다.

가장 최근에 설정된 펀드의 경우 91억원에서 최고 470억원까지 자금이 들어왔다.

교보증권은 포트폴리오에 담은 국공채와 우량채, 기업어음(CP)에서 이자 수익을 얻고 레버리지를 일으켜 차익거래를 해 추가 수익을 낸다.

국공채나 우량 은행채를 매수한 뒤 이를 담보로 환매조건부사채(RP)를 매도하고 이 자금으로 다시 구조화 채권을 매수하고서 이를 다시 담보로 은행채, 국고채를 차입하는 방식이다. 레포를 매도한다는 점에서 '초단기 롱숏'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도 교보증권과 유사한 전략으로 운용되는 '하이파이(Hi-Fi)' 1호 헤지펀드를 이번주 투자자들에 선보인다. 현재는 고유자산 200억원, 프라임브로커(PBS)에서 받은 자금 200억원 등 총 400억 규모의 파일럿 펀드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한 헤지펀드 업계 관계자는 "교보증권이나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가장 만기가 긴 채권이 1년물일 정도로 듀레이션이 짧다"며 "최근 단기물 금리가 내려가 오히려 이런 펀드는 수익이 양호했으며 장기물과 단기물의 일드 괴리율을 보고 롱숏을 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좋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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