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올해부터 비상장주식 매도 차익에 양도세가 면세되는 가운데 대기업 계열사는 대상에서 제외돼 '절름발이' 시행령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0일 정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의 장외 주식 플랫폼인 K-OTC에서 발생한 차익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양도소득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7일 발표된 소득세법 시행령에 포함됐다.

비과세되는 대상은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른 중소기업과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에 따른 중견기업으로 제한됐다.

자산총액이 10조원 이상인 기업의 지분이 30%가 넘는 곳은 중견기업에서 배제된다.

이에 대부분의 대기업 계열 비상장사는 면세 대상에서 빠졌다.

이들은 꾸준히 K-OTC에서 거래되는 종목들로 거래량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곳들이다.

삼성메디슨과 롯데글로벌로지스, SK건설, 하이투자증권, 포스코건설, LS전선 등이 이에 해당된다.

삼성메디슨은 지난달 초부터 전일까지 K-OTC 상장 종목 중 3번째로 많이 거래됐다.

SK건설은 4억3천473만원으로 같은 기간 거래대금 8위, 롯데글로벌로지스는 4억3천350만원으로 9위에 올랐다. 이 기간의 종목별 평균 거래대금은 3억8천만원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면세 기업 조건이 중소·중견기업으로 한정돼 있고 매출액 조건이 있어 K-OTC에 상장된 기업체 관계자도 자기 회사가 해당하는지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며 "정부 입장이 '모험자본 공급'에 확실히 고정된 모습이다"고 전했다.

면세 대상이더라도 주로 거래되는 종목은 상장이 가시화된 종목이기 때문에 투자 자금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달 거래대금이 일평균 15억원에서 양도세 면세가 적용된 이달부턴 28억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으나 대부분이 거래 상위 종목에 몰려 있다.

가장 많이 거래된 종목은 매트리스 제작 업체인 지누스와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 회사 카페24로 이 기간 각각 22억3천만원과 10억7천만원씩 거래됐다. 카페24는 내달 상장이 예정됐고 지누스도 NH투자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하고 올해 중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은 거래량이나 소문만 듣고 비상장주식을 사는 경향이 있다"며 "결국 원활한 모험자본 공급보다는 자금 흐름이 일부 주식에 집중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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