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프랭클린 템플턴 펀드가 분기 말만 되면 원화 채권을 대거 매도해 그 배경에 시장 참가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0일 서울채권시장 참가자들에 따르면 템플턴은 작년 6월과 9월, 12월에 각각 2조~3조 원에 달하는 원화 채권을 매도했다.

6월 말에는 국고채 5년물 15-9호, 국고채 3년물 16-2호 등을, 9월 말에는 국고채 10년물 13-6호와 13-2호, 국고채 5년물 17-4호와 15-9호 등을 내다 팔았다.

12월 말에는 만기가 2년 정도 남은 통안채와 국고채 5년 경과물 등이 매도 대상이 됐다.

템플턴은 그러나 분기 말 대규모로 원화 채권을 매도한 후에는 곧바로 그에 상응하는 규모의 원화 채권을 되사는 모습을 보였다.

템플턴이 이런 매매 패턴을 보이는 배경에는 이익 실현의 필요성이 자리 잡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템플턴은 펀드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며 "분기마다 투자자설명회가 있는데 그 전에 차익을 실현해 이익 규모와 관련해 윤곽을 잡아놓는다"고 말했다.

템플턴이 국내외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채권 포트폴리오(듀레이션)를 조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템플턴이 금리 상승에 대비해 기존에 들고 있던 채권보다 만기가 짧은 채권에 재투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템플턴이 들고 있는 원화 채권의 규모가 10조 원대 초반에 달해 듀레이션을 급격히 줄이지는 못하고 있다"며 "작년 말 원화 채권 매도로 조정된 듀레이션은 0.1~0.2년 정도"라고 추정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지난달 템플턴의 대규모 원화 채권 매도에도 시장이 크게 출렁이지 않은 데 대해선 '분기 말 매도 후 분기 초 매수' 패턴이 반복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관계자는 "시장 참가자들이 이미 패턴을 읽었기 때문에 연말에 템플턴이라는 '큰손'이 움직여도 혼란이 없었다"며 "연말을 맞아 거래를 접는 분위기였던 점도 템플턴 재료가 크게 이슈가 되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특정 포지션을 가진 세력이 템플턴의 원화 채권 매도 재료를 이용해 시장을 교란할 가능성은 상존한다"며 "템플턴 이슈는 언제든 시장을 뒤흔들 파괴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hy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