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윤시윤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원화 강세 추세가 여전한 가운데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과 실적 둔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0일 수출업체 외환담당자들은 달러-원 환율이 상반기 점차 상승 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보고 당분간은 외화를 보유하면서 반등을 기다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고 매출액 66조 원, 영업이익 15조1천억 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인 15조8천억 원을 밑도는 수치다.

시장 참가자들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의 실적 둔화 우려가 원화 강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잠정 매출이 66조 원으로 추정치 67조7천억 원 대비 하회한 요인은 원화 강세와 달러 약세 영향 때문"이라며 "달러뿐 아니라 주요 통화 대비 원화 강세로 인한 실적 둔화 영향이 당초 예상 대비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들은 선물환 매도 등을 통해 헤지를 해둔 상태나 일부 자재나 대금은 달러로 치러야 하는 만큼 환율 하락에 따른 환손실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원화 강세 상황에서 수주 또한 달러 베이스로 가격을 책정해 가격 경쟁력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 조선사 외환담당자는 "회사 정책에 따라 헤지를 하기는 하는데 전량 헤지를 하는 것은 아니고 자재나 대금을 달러로 치뤄야 해서 남겨놓고 할 수밖에 없다"며 "작년 4분기에 이어 올해 조선사들 실적이 좋지 않은 게 고정비 증가도 있지만, 환율 강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악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 외환 담당자들은 외환 당국의 강력한 개입으로 1,050원대 이하로는 떨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향후 당국의 방어 의지에 기댄 달러-원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또 중국의 본격적인 반도체 시장 진입으로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둔화 가능성과 미국 세제 개편안에 따른 달러 자금 본국 송환 이슈도 있어 달러-원 환율의 제한적 상승세도 기대했다.

1분기 달러-원 환율은 1,080원대까지 고점을 높일 것으로 봤다.

또 다른 중공업체 외환담당자는 "아직까지 달러를 매도하긴 부담스러운 레벨이라 계속 외화를 보유하면서 기다릴 것"이라며 "반도체 부분 수출 둔화되면서 수출 증가가 감속되고 미국 세제 개편안과 금리 인상 이슈가 부각되면 올해 중후반에는 달러화가 제한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이날 "1,070원 지지되면서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경우 아직 손절하지 않은 수출업체의 경우 추가 상승을 기다리면서 관망할 수 있다"며 "일부 수출업체는 달러-원 1,100원까지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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