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가상통화 투자 광풍이 이어지고 있지만 서울외환시장 딜링룸은 무풍지대에 가까울 정도로 조용하다.

금융감독당국이 가상통화 거래에 엄격한 규제 잣대를 들이댄 것은 물론 은행 내부 시선도 곱지 않다.

1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 딜링룸에서 외환딜러들에 가상화폐 베팅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가상화폐 거래에 치중하게 될 경우 본업인 트레이딩에 집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데다 변동성 리스크 또한 과도하게 크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딜링룸은 은행내 컴플라이언스를 적용해 주식 투자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가상통화 거래는 컴플라이언스 규정에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최근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너도나도 내부단속에 나서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딜링룸 관계자는 "딜러들의 주식투자도 제한하고 있으며, 주식거래가 허용되는 직원들도 일정 규모 이상이면 매달 거래내역을 신고하도록 한다"며 "은행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가상통화 거래를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내부 회의에서 거래하지 말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자칫 가상통화 거래로 재산상의 손실을 볼 경우 은행원으로서의 윤리를 저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한 몫한다.

물론 트레이더들은 분초를 다투는 FX트레이딩이 직업인 만큼 가상통화 거래에 관심을 둘 수 밖에 없다.

'코인 몇 개가 가져온 엄청난 수익률'부터 '같은 회사 과장이 수십억을 벌고는 사표를 던졌다는 풍문'까지 기막힌 스토리를 갖춘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직접 가상통화 투자에 나서기는 어렵다고 트레이더들은 입을 모았다.

하루에 10%는 우스울 정도로 출렁이는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감내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가상통화 투자는 폭탄 돌리기나 다름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지난해 상반기에 친한 딜러들과 함께 투자하자는 말은 했지만 엄청난 변동성에 꼭지를 잡고 폭락할 수 있다는 리스크까지 고려하니 투자할 수 없었다"며 "10전 단위로 울고 웃는 서울환시 딜러들로서는 쉽지 않은 투자"라고 말했다.

또 다른 외환딜러도 "2000년 닷컴버블(dot-com bubble) 때 청년재벌 소리 듣다가 10분의 1 토막이 나는 상황을 겪어본 사람들은 가상통화보다 지금 실제 지갑 속의 만 원 한 장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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