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최근 KB국민은행이 신입 행원 연수 중 100km 행군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면서 시중은행의 연수 프로그램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디지털과 글로벌을 지향하는 경영 목표를 내세우면서도 여전히 군대식 문화의 잔재가 남은 연수 프로그램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신입 행원 가운데 여성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음에도 연수 프로그램에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지적되기도 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충남 천안에서 진행한 신입 행원 연수 과정 중 이틀간 100㎞를 걷는 행군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필요에 따라 일부 여직원들에게 피임약을 제공했다.

생리 주기가 겹친 직원을 위한 배려였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었지만 피임약까지 지급하면서까지 행군을 강행한 데 대한 논란은 컸다.

국민은행은 협업 문화를 강화한다는 취지로 신입 행원 연수 프로그램에 100km 행군을 포함했다. 지난 10여 년간 전통처럼 이를 지속했다.

하지만 행군 강도가 지나치다는 점을 두고 그간 행 내에서도 평가가 엇갈렸다.

그간 여성 신입 행원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를 고려할 때 연수 프로그램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국민은행은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올해 국민은행의 신입 행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국민은행의 여성 임원 비중은 전체 임원의 약 10%(전체 임원 41명, 본부장급 이상 여성 임원 4명)로 국내 시중은행 중 상위권이다.

여성 행원 비중이 높고 상대적으로 이들의 약진이 돋보이는 가운데서도 은행 내 문화는 여전히 남성중심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시중은행 중 신입 행원 연수 과정에서 행군을 하는 은행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뿐이다.

우리은행은 약 36km의 구간을 걷는 행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5대 산 행군'이란 명칭으로 밤 8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신입 행원 프로그램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가벼운 트래킹이나 산책 등을 실시하는 곳도 있지만 한두 시간 남짓의 야외 활동 수준이다.

지난해 하반기 공개채용을 통해 올해 입행한 시중은행 신입 직원 내 여성 비중은 평균 40% 정도다.

은행마다 차이는 있지만 매년 여성 행원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공통적인 현상이다.

이에 신입 행원 연수 프로그램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와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이가 반영된 영향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7주간 진행하고 있는 연수에서 '신한 WAY DAY'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신입 직원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축제 형식이다.

입행 동기들과 바닷가 둘레길을 산책하고 음식을 나눠 먹는 힐링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특히 대부분이 여성인 RS(retail service) 직군의 연수에는 남이섬 자전거 타기, 눈썰매, 캠프파이어 등의 프로그램도 포함했다.

최근 6주간의 신입 행원 연수를 마친 우리은행은 소통을 위한 글쓰기와 말하기 특강을 진행했다.

'드론 날리기' 등의 체험 활동과 '연탄 나르기' 봉사활동과 '희망나눔 티셔츠'를 통한 기부 활동도 했다. 신입 행원의 인문학적 소양을 함양하기 위한 독서토론회도 개최했다.

농협은행은 은행의 정체성을 고려한 농촌현장체험이 눈에 띈다.

올해 8주간 진행된 연수 중에는 양평 미리내 캠프에서 통나무 집짓기와 팜스테이 마을 체험, 농촌 일손돕기 등을 진행했다.

기업은행은 6주간의 연수에서 행장과 임원 등을 포함해 선배와 대화할수 있는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한 시중은행 인사 담당자는 "늘어나는 여성 행원 비중과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고려해 과거 은행권에 있었던 상명하복식의 군대문화는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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