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세계 경제 수도로 꼽히는 뉴욕 맨해튼 부동산의 체면을 구기는 숫자와 사건들이 등장하고 있다.

맨해튼은 잔 펀치 몇 방으로는 흔들리지 않는 무제한급 맷집이어서 우려가 본격화된 것은 아니지만 일련의 사건들은 전문가들의 시선을 멈추게 하고 있다.

맨해튼 부동산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것은 세계의 돈과 사람들이 끊임없이 모여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세계 자본과 기업들이 몰리는 뉴욕 증권 거래소와 월가를 갖고 있다.

세계의 정부를 지향하는 유엔도 맨해튼 동쪽 끝에 있고, 유엔을 중심으로 각국의 대사관도 자리 잡고 있다.

또 해마다 수백만 명이 찾는 미술관과 박물관 등 관광지가 즐비하다.







<사진 설명 : 맨해튼 타임스퀘어>



모마(MoMA)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뉴욕 현대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케이크를 켜켜이 쌓아올린 외관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모두 맨해튼에 있다.

세계적인 패션쇼도 맨해튼에서 열리며 브로드웨이라는 뮤지컬 명소도 있다.

거대한 이 빌딩 숲 한가운데는 센트럴파크라는 거대한 숲도 있다.

2016년 뉴욕을 찾은 관광객 수는 6천10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2013~2014년 시즌에 팔린 뮤지컬 표 금액이 12억7천만 달러에 달한다.

이렇게 탄탄한 배경을 가진 맨해튼 부동산 시장에도 지난해부터 조금씩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럭셔리 부동산부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억만장자의 상징이던 '원57' 같은 뉴욕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가 압류 경매 매물로 시장에 나왔다. 이 아파트는 2014년 5천90만 달러에 팔렸던 물건이었다.







<그래프 설명 : 맨해튼의 신규 착공 주택 가격(검은선)과 시장 비중 추이(청록색 막대)>



또 더글라스 엘리먼 리얼 에스테이트와 감정평가법인 밀러 사무엘에 따르면 최근 맨해튼 아파트 중에서도 가격 기준 상위 10% 안에 드는 럭셔리 아파트 매물이 15% 늘었다. 이에 따라 재고는 일 년 전 10개월 치에서 17개월 치로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웨스트 맨해튼 등에 최근 신규 아파트(콘도) 건설이 늘어나는 점도 부담이다. 기존 콘도의 판매 가격은 지난해 전년 대비 2% 높아졌지만, 신규 콘도 거래가는 거래량 20% 감소와 함께 17% 하락했다.

다음으로 공화당이 친성장정책으로 추진한 세제개편이 향후 맨해튼 같은 고가 주택 시장에 장기적으로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이번 세제개편이 고급주택이 많은 캘리포니아와 뉴저지, 뉴욕, 코네티컷에 최대 5%의 가격 하락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화당의 세제개편은 법인세율을 최고 35%에서 21%로 대폭 낮췄지만, 신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이자 공제 상한액을 100만 달러에서 75만 달러로 줄였다. 또 부동산을 포함한 세액 공제액도 1만 달러로 제한했다.

결국, 지난해 4분기 맨해튼 부동산의 평균 매매가격은 2년 만에 처음으로 200만 달러 밑으로 빠졌고, 거래량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 급감했다.







<그래프 설명 : 맨해튼 럭셔리 주택의 가격 추이(검은선)과 거래량(청록색 막대)>



그러나 이런 수치들은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상승세가 꺾인다는 조짐으로는 해석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의 관망세가 세제개편이 확정된 이후 새해 들어 매수세로 바뀔 수 있는 데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사상 최초로 25,000선을 상향 돌파하는 등 세제개편 훈풍에 따른 경제 성장 가속화 기대감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이런 암울한 수치들은 작아 보이기 마련이다.

다만 유럽에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런던 주택의 지난해 평균 가격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떨어졌다는 소식이나 올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외에 다른 중앙은행도 긴축기조로 돌아설 수 있는 점을 조합하면 찜찜한 기분도 든다.

새해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가는 심정으로 전 세계 주요 부동산 시장 동향에 대한 안테나를 길게 빼고, 점검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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