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올해 서울외환시장에서 팔지 않고 쌓여있던 '묵은 셀' 물량이 주목받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너무 올라도, 너무 내려도 매도 물량이 나올 수 있다는 경계심이 크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11일 올해 달러화 수급은 연간 750억달러 안팎의 경상수지 흑자와 국민연금 외화수요(채권 환헤지 언와인딩 포함)를 비롯한 해외투자 확대 등에 좌우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반적으로 올해는 지난해보다 달러 공급 우위의 흐름이 누그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선물 "공급 우위 완화…국민연금 100억달러 수요"

삼성선물은 연간전망에서 제시한 수급 분석에서 "안정적인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나 외국인의 한국자산 매입 여력은 제한적이고, 해외증권투자 지속으로 2017년보다 공급 우위는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달러 공급은 경상수지 흑자는 줄고, 외국인 투자가 늘면서 1천187억달러에 달한 반면 수요는 해외투자가 늘고, 외국인 차액결제선물환(NDF) 순매수는 감소하면서 1천231억달러를 나타냈다.

전승지 애널리스트는 "단순 계산할 경우에는 2017년은 45억달러 수요 우위였지만 해외투자의 실 외화수요 유발 비중을 50%로 가정하고 적용할 경우 2017년은 529억달러 공급 우위로 바뀌게 된다"며 "외국인 투자유입과 외국인 NDF매수 감소가 외환수급을 공급 쪽으로 기울어지게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러 공급 쪽은 한국은행 경상수지 흑자전망치가 750억달러로 소폭 줄었고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자산 추가매수 여력도 제한적이어서 줄어들 것으로 봤다.

외국인 국내주식 보유비중이 늘어났고, 지난해 1~3분기 동안 평가이익이 약 1천285억달러 발생했기 때문이다. 채권투자는 차익거래 목적의 자금이 계속 유입될 것이나 한국 채권이 금리메리트가 크지 않아 적극적인 매수를 유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달러 수요는 해외직접 투자가 꾸준히 늘고, 해외증권투자도 연기금과 보험사의 해외증권투자 확대로 점차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서울환시 "경상수지 흑자 지속, 1,100원가면 매도 집중"

서울환시는 올해 환시로 유입되지 않은 채 쌓여있는 달러 매도 물량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말 거주자외화예금은 804억달러를 웃돌았다.

경상수지 흑자로 유입된 달러 자금이 달러-원 환율 하락세에 환전되지 않고 예금으로 묶여있는 물량이 반영된 것이다.

국내기업의 해외지분 매각 대금 등 일시적 요인이 포함됐지만 대부분은 수출기업이 달러화 환전을 미루거나 개인투자자들이 달러를 사들인 자금이다. 올해에도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지면 외화예금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올해 국내 기관투자자의 해외 주식, 채권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경상수지 흑자를 소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해볼만 하다.

'외환시장의 큰 손' 국민연금은 올해도 해외 주식, 채권투자에 활발히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 해외주식 예상 투자금액은 116조원이며 해외채권은 26조2천억원 정도다.

2017년보다 해외주식은 약 23조원, 해외채권은 약 2조원 투자 규모가 늘어난다. 이 자금은 현물환 시장에서 달러 매수로 소화된다.

삼성선물은 "국민연금은 지난해에 이어 해외채권 환헤지 언와인딩에 나서면서 관련 외화수요가 약 100억달러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외화예금과 국민연금의 달러 매수가 달러화 상승폭을 제한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 은행 외환딜러는 "외화예금과 국민연금이 해외투자를 위해 사들인 달러는 잠재적인 매도물량"이라며 "달러화가 1,100원대로 오른다면 묵은 셀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자금은 달러화가 과거 리먼 사태 때처럼 속절없이 오르는 것을 막아주는 매도 물량이라는 점에서 북핵 리스크나 외국인 수급 균형이 깨질 경우 또 다른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하지만 달러화가 튀어 오르면 고점 매도 차원에서 롱을 털려는 대기 매도가 많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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