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7월에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한 차례 더 인하하겠다고 밝히면서 카드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7월 인하는 수수료 산정 방식 조정으로 소액 다결제 업종 수수료를 낮추면서 고액결제 가맹점 수수료율을 올려 카드사에 악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카드사는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 인상이 의문이어서 결국 카드사 부담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文 신년사서 '수수료인하' 발표…최저임금 인상 대책

1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오는 7월부터 카드 수수료를 또 한차례 인하한다고 밝혔다.

올해 수수료율 재산정 과정을 거쳐 연말께 수수료 추가 인하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카드사들은 문 대통령의 7월 인하 발표에 화들짝 놀랐다.

금융위는 이에 7월 수수료인하는 편의점과 제과점, 소형 슈퍼마켓 등 소액결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조치라고 즉각 해명에 나섰다.

금융위가 7월 시행을 준비 중인 방안은 가맹점 수수료 산정 규정에 결제 건수당 100원 수준의 정액으로 반영된 밴(VAN) 수수료를 정률제로 바꿔 소액 다결제 가맹점의 수수료를 낮추고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는 올리는 것이다.

현재 삼성카드 등 일부 회사를 제외한 대부분 카드사가 밴 수수료 지급 방식을 정률제로 바꾸었지만, 가맹점 수수료 산정 규정에는 여전히 정액제로 돼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이미 정률제로 점차 전환되고 있는 여건을 규정에도 반영하는 것"이라며 "수수료 산정 기준이 변화되면서 소액 다결제 가맹점의 수수료는 인하되고 대형 가맹점 수수료는 올라가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대형가맹점 부담을 늘리는 대신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 편의점 및 빵집 등 영세 자영업자를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당국 못 믿는 카드사…부담 증가 우려

카드업계는 당국이 내놓은 방안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현재도 편의점 등 소액 다 결제 업종의 경우 적격비용 산출에서 실제 원가보다 훨씬 낮은 비용이 반영됐고 대형 가맹점은 불리하다"며 "대형 가맹점의 부담을 더 키우는 것은 시장 원리에도 맞지 않고 업체들을 반발도 거셀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수료 산정 규정이 바뀐다고 해도 대규모 고객군을 거느리고 있어 카드사에도 '갑'의 위치에 있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을 대상으로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현실적인 우려도 작지 않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결국 편의점 등의 수수료만 인하되고 대형가맹점 수수료는 올려 받지 못할 공산도 크다"며 "실제로 카드사 부담만 커지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밴 업계의 관계자도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이 실제 인상된다면 카드사나 밴사 모두에 오히려 좋은 일이 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과제로 본다"고 지적했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도 "대형가맹점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느냐가 정책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이 순조롭다면 카드업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카드사 노동조합협의회는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하는 대신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하도록 법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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