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정부가 연기금 투자를 겨냥한 코스피·코스닥 통합지수를 만들었으나, 본격적인 도입은 내년 정도에나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연기금들이 지난해 연말에 이미 대략적인 올해 투자 계획을 세웠고, 벤치마크 변경을 위해서는 기금운용위원회나 이사회의 동의 절차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연기금들은 우선 코스닥150 중심의 투자를 집행하고, 코스닥 활황세가 이어지면 통합지수를 도입해 점진적으로 코스닥 투자 비중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코스닥 활성화 방안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을 통합한 대표 통합지수 'KRX300'을 오는 2월 출시해, 기관투자자의 코스닥 시장 투자 유인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KRX300은 코스피 232개, 코스닥 68개 종목으로 구성되며 코스닥 종목은 통합지수 전체 시가총액의 6.5%로 이뤄진다.

정부는 KRX300을 연기금 벤치마크로 사용하도록 권고해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다.

연기금들은 국내 주식 투자에서 주로 벤치마크 추종 패시브 전략을 쓰는데,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벤치마크가 코스피여서 코스닥에 구조적으로 투자하기 힘들다.

이로 인해 연기금들은 자연스럽게 코스피 투자 비중이 높은 상태다. 국민연금의 코스피 투자 비중은 국내 주식 중 98%며, 공무원연금은 95% 정도다.

코스피 통합지수의 코스닥 시가총액은 6.5%인데, 국민연금이 코스닥 투자 비중을 통합지수 수준으로만 끌어올려도 산술적으로 4.5%포인트 코스닥 비중 확대가 가능하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금액은 130조 원 가량으로 이 중 4.5%면 5조8천억 원에 달한다.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다른 연기금들도 벤치마크를 변경하면 코스닥 투입 금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벤치마크 변경에 따른 연기금 투자 확대를 예상하지만, 벤치마크 변경은 연기금의 자산운용위원회나 이사회, 공제회의 대의원회를 거쳐야 하므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벤치마크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민연금기금운용지침(투자정책서)'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사학연금도 자산운용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자산운용지침을 바꿔야 한다.

이 때문에 지수 변경에 따른 투자에 우선해 코스닥150 중심의 투자가 연기금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시장의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연기금 의사 결정권자들도 벤치마크 변경을 서서히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기금의 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정부의 정책 기대감에 코스닥 시장이 활성화되고 연기금의 투자자금도 늘어날 것이다"며 "벤치마크를 바꾸는 것은 운용 계획이 정해져 당장은 힘들겠으나 장기적으로 벤치마크 변경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공제회의 한 CIO는 "공제회의 벤치마크 변경은 대의원회의 승인이 필요해 설득 과정이 필요하다"며 "현재 특별히 코스닥 투자 제한이 없으므로 지수 변경을 하지 않아도 원칙적으로 코스닥 투자 확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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