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오는 2019년 10월 임기가 끝나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후임 자리를 둔 경쟁이 물밑에서 벌써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이달 말 회동에서 빅토르 콘스탄치오 ECB 부총재의 뒤를 이을 후보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차기 ECB 총재 잠재 후보군이 좁혀질 것이라고 11일 전망했다.

포르투갈 출신인 콘스탄치오 부총재 임기는 오는 5월 말 끝나며 현재 스페인이 후임 자리를 노리고 있다.

루이스 데 귄도스 스페인 재무장관은 지난 11월에 "스페인(출신)이 이 자리에 적합하다"고 말한 바 있다. WSJ은 귄도스 재무장관이 해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독일이 ECB 총재 레이스에서 스페인의 지지를 얻기 위해 ECB 부총재로 스페인 출신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주요 요직을 차지하기 위한 주고받기 작업이 시작되는 셈이다.

실제 현재 많은 전문가들은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를 유력 ECB 총재 후보로 보고 있다. ECB 출범 이후 독일이 총재 자리를 차지한 적이 없어 '이번엔 독일 차례'라는 전망이 많다.

앞서 6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바이트만 총재가 ECB 총재가 될 경우 ECB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고 전했다.

현재 마리오 드라기 현 ECB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인 정책을 과감히 썼고, 유럽 채무위기 당시 각국 정부의 대응을 기다리지 않고 솔선해 움직였다.

하지만 바이트만 총재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비대해지면 정부의 개혁 의지가 약해지고, 과도한 금융완화는 시장 원리를 왜곡한다고 주장해왔다. 앞으로 '진수성찬(퍼주기식)' 금융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WSJ은 독일 출신 ECB 총재를 기정사실로 보긴 아직 어렵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국가 규모와 영향력에 따른 지명이라는 논란이 나올 수 있고 유럽 리더들이 국채 매입 프로그램에 반대해 온 독일이 너무 큰 파워를 가지는 점을 우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국채 매입 프로그램이 유럽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됐다고 보고 있다.

WSJ은 지난 2011년 드라기 총재가 임명될 당시보다 ECB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ECB 총재 레이스에 대한 관심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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