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올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의 개편작업이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가 카드사를 겨냥해 맹공을 퍼부었다.

수수료율 개편을 두고 여당 및 정부와 관련 업계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설 수밖에 없는 만큼 기선잡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카드업계에서는 여당의 원내대표가 잘못된 통계까지 인용하며 카드사를 몰아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우원식 與 원내대표 카드사 맹공…편향된 통계도 동원

1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전일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카드사를 거칠게 비판했다.

카드사들이 재벌 대기업에는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면서 영세 및 중소가맹점을 대상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게 요지였다.

우 대표는 "수수료율조차 재벌 가맹점에는 한없이 관대한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현행 체계에 대한 대대적 수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드업계는 이 과정에서 우 대표가 과거 통계 등 현실에 맞지 않는 통계도 무차별적으로 동원하며 여론몰이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우 대표는 우선 영세 및 중소사업자의 절반이 넘는 55%가 2.5%의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는 상인단체 설문조사 결과를 내세웠다.

반면 대형가맹점에는 평균 1.5%의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 대표가 인용한 통계는 대부분 현실과 차이가 난다. 현재 영세 및 중소가맹점에는 각각 0.8%와 1.3%의 고정된 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재 카드사들이 받을 수 있는 수수료율 상한선은 2.5%로 한정돼 있다. 또 상단이 적용되는 가맹점 수는 미미한 수준이며 2.4%의 이상의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가맹점은 전체 가맹점의 3.2%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카드업계는 우 대표가 법적으로 영세(연 매출 3억 원) 및 중소가맹점(연 매출 5억 원)에 포함되지 않는 일부 마트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이 평균 1.5%라는 것도 주유소와 가스 등 공익적 성격상 법으로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정해 놓은 특수가맹점을 포함했을 때만 산출될 수 있는 수치라는 것이 카드업계의 설명이다.

◇맹공 배경에 주목…수수료율 대 개편 촉각

카드업계는 여당이 현실에 맞지 않는 통계까지 동원해 가며 고강도 비판을 내놓은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중소 및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추가로 낮추는 수준이 아닌 우대 가맹점 범위의 추가 확대 등 대대적인 수술이 단행될 가능성도 엿보이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우 대표는 "대부분의 중소가맹점의 매출액이 5억에서 20억 구간에 밀집해 있다"며 "그런데도 우대수수료 기준을 5억 원 이하로 정한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부터 5억 원으로 상향된 우대수수료 적용 가맹점의 범위를 더 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또 오는 7월부터 소액 결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편의점과 제과점 등의 수수료율을 낮추겠다는 방안도 이미 공개했다.

당국이 수수료율 하향 폭이나 대상을 당정 간 협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여권에서 다양한 업종의 수수료 인하 요구가 쏟아질 수 있다.

당국이 언급한 편의점이나 소형 슈퍼마켓, 제과점 외에도 약국과 택시 등 다양한 업종에서 수수료 인하 요구가 끊이지 않았었다.

보험료나 대학 등록금, 초·중·고교의 학부모부담금 등도 적격비용 이하 수수료율 적용 요구가 지속하는 분야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 대표가 현실과 다른 수치까지 인용하며 공격적인 발언을 내놓은 것은 결국 수수료율 인하 업종과 범위 확대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이런 방식으로 카드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하면 향후 수수료율 개편 과정에서 카드사의 의견을 개진할 여지가 없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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