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유로화는 전일 유럽중앙은행(ECB)의 매파 성향이 확인된 데다 이날 독일 대연정 예비협상 타결 소식까지 가세하자 달러화에 3년 내 최고치로 올라섰다.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12일 오후 4시(현지시각) 무렵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11.03엔을 기록해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11.21엔보다 0.18엔(0.16%) 내렸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2185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2029달러보다 0.0156달러(1.28%) 올랐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35.32엔에 거래돼 전장 가격인 133.79엔보다 1.53엔(1.13%) 높아졌다.

유로화는 겹호재에 상승탄력이 강한 모습을 보였다.

전일 공개된 지난해 12월 ECB의 통화정책 회의 의사록에서 선제 안내를 올해 초에 바꿀 수 있다고 논의된 점이 확인된 데다 이날 독일 집권당인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야당인 사회민주당 간의 대연정 예비협상이 타결됐다.

유니크레디트의 연말 유로화 전망치는 1.25달러지만, 도이체방크나 ING은행은 유로화 올해 고점을 1.30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ECB가 수출 경쟁력을 우려해 유로화 1.25달러 이상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시장에서 등장하고 있다.

달러화는 개장초 근원 소비자물가지수가 11개월래 최고치로 오르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명분을 강화해줌에 따라 엔화에 오르고, 유로화에 낙폭을 줄였다.

외환 전략가들은 달러화가 지난해 12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호조에 따라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오르는 것에 반응했다며 다만 그 전부터 유로화가 겹호재로 강세를 보였기 때문에 두 통화의 힘겨루기가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미 소비자물가 발표 후 2.58%대까지 올랐다. 전장 종가는 2.531%였다.

또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금리도 2.014%까지 올라, 2008년 9월 이후 처음으로 2% 선을 뚫고 올랐다. 전장 종가는 1.972%였다.

인피녹스의 제이컴 데페 헤드는 "소비자물가를 보는 방식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근원 물가가 연준 목표치 아래 있어서, 연준이 미 경제의 더 명확한 그림을 볼 때까지 통화정책이 보류돼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페는 "두 번째는 근원 물가가 연준 목표치 2% 아래 있는 점을 무시하고, 목표에 아주 가깝다면서 추가 금리 인상을 중단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의 수석 경제학자인 크리스 프로빈은 "긴축 기조가 연기될 필요가 있어 보이는 상황도 있지만, 연준은 실업률과 증시, 주택가격, 기업부채, 세계 성장률 등의 수준을 봤을 때 점진적인 긴축을 계속해야만 한다"고 내다봤다.

프로빈은 "물가는 지난해부터 비슷한 수준이지만, 연준은 세 차례 금리를 올렸다"고 덧붙였다.

ADS 증권의 콘스탄티노스 앤티스는 "달러에 대한 전망은 단기적으로 약세 쪽이고, 투자자들은 올해 달러 강세를 전망하는 것에 회의적이다"라고 풀이했다.

파운드화는 스페인과 네덜란드가 '소프트' 브렉시트를 원한다는 의사를 밝힌 후 1.37363달러까지 올라 2016년 브렉시트를 결정한 국민투표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ICE 달러 지수는 전장보다 1.04% 내린 90.94에서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가 2017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한 해를 마쳤다.

미 노동부는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1%(계절 조정치)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도 0.1% 상승이었다.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로는 2.1% 상승했다. 11월에는 2.2% 올랐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12월 근원 소비자물가는 0.3% 올랐다. 애널리스트들은 0.2% 올랐을 것으로 예측했다.

12월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1.8% 높아졌다. 11월에는 1.7% 상승했다.

지난달에는 음식, 주거비용, 의료비용, 자동차 가격이 올랐고, 휘발유와 의류가 내렸다.

이날 소비자물가 지표는 물가를 억누르던 일시적인 요인이 사라질 것이라는 연준의 견해를 뒷받침해줄 것으로 풀이됐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시 수석 경제학자는 "일단 봄이 오면 낙폭이 컸던 이동통신료 같은 항목이 전년대비 물가 상승 계산에서 빠질 것이다"라며 "이는 근원 물가를 2% 이상으로 반등하게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지난해 12월 미국 소매판매가 4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미 상무부는 12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WSJ 조사치는 0.4% 증가였다.

2017년 전체로는 4.2% 증가해, 2016년의 3.2%, 2015년의 2.6% 증가를 넘어섰다.다만 2014년의 4.3%에는 못 미쳤다.

자동차를 제외한 12월 소매판매는 0.4% 증가했다. 애널리스트들은 0.3%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소매판매는 미국 경제 활동의 3분의 2를 차지해 소비자들의 소비 상황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 소매판매 지표는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지 않는다.

S&P 글로벌의 사티암 팬데이 선임 경제학자는 "확실히 소비자들은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다"며 "자신감은 커지고, 노동시장은 탄탄하다"고 설명했다.

전미소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판매는 2010년 이후 가장 좋은 전년대비 5.5% 증가했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쉐퍼슨 수석 경제학자는 이날 지표는 상당히 고양된 소비 자신감에 부합한다며 이는 이미 매우 낮은 저축률이 계속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점도 내포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에서도 경제 지표 호조가 이어졌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지난해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7% 증가했다고 유럽연합(EU) 통계당국인 유로스타트가 발표했다.

이는 한 달 앞선 발표치 0.6% 증가와 2분기 실적치를 모두 웃돈 것이며 2007년 이후 가장 좋은 GDP 수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다.

ECB는 2017년 전체 유로존의 GDP 성장률이 2.4%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올해 연준이 적어도 금리를 세 차례는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로화는 오후 들어 달러화에 오름폭을 더 확대했다. 달러화는 뉴욕증시 사상 최고치 행진에도 오전 오름폭을 지키지 못하고 엔화에 고꾸라졌다.

전략가들은 연준의 긴축 기조에 따른 미 국채금리 상승이 달러 가치에 뒷받침되지 못하는 양상이 이날 뚜렷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유니크레딧은 "미 금리의 인상에도 달러가 약세를 나타낸다"면서 "이는 글로벌장이 계속되고 있고 달러에 대한 수요가 부정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니크레딧은 "미국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전 세계 다른 경제들도 마찬가지"라면서 "그리고 미국은 이미 금리를 올리고 있는 만큼 다른 국가들은 연준보다 금리를 올릴 수 있는 범위가 더 넓다"고 분석했다.

아문디의 모니카 디펜드 이사는 "만약 유로존 기업들이 다음번 실적발표 기간에 견고한 실적을 공개한다면, ECB는 유로화 강세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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