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국 국채 2년물 수익률이 근원 소비자물가에서 상승 압력이 확인됨에 따라 거의 10년 만에 처음으로 2% 선을 웃돌았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2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2bp 오른 2.551%에서 거래됐다. 장중 한때 2.58%대까지 오름폭을 높였다. 한 주간 7.5bp 상승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2.9bp 상승한 2.001%에서 움직였다. 2년물이 2.0%선을 웃돈 것은 2.008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주 4.1bp 올랐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0.9bp 낮은 2.855%에서 거래됐다. 5거래일 동안 4.3bp 높아졌다.

10년과 2년 만기물간 수익률 차이는 전일 55.9bp에서 55bp로 줄었다.

채권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가 11개월래 최고치를 보이면서 가파르게 하락 출발했다가 낙폭을 줄였다.

전일 국채가는 30년물 국채 입찰에서 강한 수요가 확인됨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의 매파 의사록 때문에 벌였던 오전의 낙폭을 다 메우고 반등했다.

금리 전략가들은 지난해 12월 헤드라인 소비자물가는 시장 예상에 부합했지만, 근원 소비자물가가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며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의 명분을 더 강화해주는 재료라고 설명했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은 3월 25bp 금리 인상 가능성을 72.6% 반영했다. 전일에는 67.3%였다.

US 뱅크의 빌 노씨 최고운용책임자는 "큰 의문 중 하나는 CPI가 올해 세 차례의 금리 인상에 대한 근거를 강화할지 약화할 것인지 아닌지"라며 "우리 견해는 CPI가 연준이 주장하는 구간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앞으로 10년간 채권시장의 물가 기대를 보여주는 10년물 국채와 물가연동채 간 수익률 차이(BER·breakeven rates)도 지난주에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2% 선 위로 올라선 바 있다.

퍼포먼스 트러스트 캐피탈 파트너스의 앤드루 페이스 부대표는 "2.0% 수익률은 많은 투자자가 저금리 환경에서 몇년간 바라던 목표 수준이었다"며 "2년물이 2%를 넘었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가 단기물로 투자를 옮길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국채 발행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음주 슬로바키아, 독일, 스페인, 프랑스가 발행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가 2017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한 해를 마쳤다.

미 노동부는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1%(계절 조정치)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도 0.1% 상승이었다.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로는 2.1% 상승했다. 11월에는 2.2% 올랐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12월 근원 소비자물가는 0.3% 올랐다. 애널리스트들은 0.2% 올랐을 것으로 예측했다.

12월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1.8% 높아졌다. 11월에는 1.7% 상승했다.

지난달에는 음식, 주거비용, 의료비용, 자동차 가격이 올랐고, 휘발유와 의류가 내렸다.

이날 소비자물가 지표는 물가를 억누르던 일시적인 요인이 사라질 것이라는 연준의 견해를 뒷받침해줄 것으로 풀이됐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시 수석 경제학자는 "일단 봄이 오면 낙폭이 컸던 이동통신료 같은 항목이 전년대비 물가 상승 계산에서 빠질 것이다"라며 "이는 근원 물가를 2% 이상으로 반등하게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쉐퍼슨 경제학자는 "이날 소비자물가 지표는 3월부터 7월까지의 부진한 수치들이 일시적이었다는 견해에 무게를 더 실어준다"고 풀이했다.

또 지난해 12월 미국 소매판매가 4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미 상무부는 12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WSJ 조사치는 0.4% 증가였다.

2017년 전체로는 4.2% 증가해, 2016년의 3.2%, 2015년의 2.6% 증가를 넘어섰다.다만 2014년의 4.3%에는 못 미쳤다.

자동차를 제외한 12월 소매판매는 0.4% 증가했다. 애널리스트들은 0.3%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소매판매는 미국 경제 활동의 3분의 2를 차지해 소비자들의 소비 상황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 소매판매 지표는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지 않는다.

S&P 글로벌의 사티암 팬데이 선임 경제학자는 "확실히 소비자들은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다"며 "자신감은 커지고, 노동시장은 탄탄하다"고 설명했다.

전미소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판매는 2010년 이후 가장 좋은 전년대비 5.5% 증가했다.

쉐퍼슨 경제학자는 또 소매판매는 상당히 고양된 소비 자신감에 부합한다며 이는 이미 매우 낮은 저축률이 계속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점도 내포한다고 강조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앤드류 헌터 경제학자는 "전체적으로 소비 지출 추세가 지난해 마지막 분기 급증했다"며 "고용시장 호조와 소비 자신감 증대, 최근 세제개편에 따른 실소득 증가는 소비가 올해 상반기에도 건강한 속도로 증가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내다봤다.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는 2017년 전체 경제 성장률을 기존 2.3%에서 높은 2.7%로 수정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올해 연준이 적어도 금리를 세 차례는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뉴욕증시 사상 최고치에도 낙폭을 많이 줄였다.

전략가들은 물가 압력 확인으로 수익률 곡선이 가팔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Sit 인베스트먼트 어소시에이츠의 브라이스 도티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재 작동하는 역동성은 기대 물가가 수익률 곡선을 가파르게 할 것이라는 점"이라며 "그러나 실제 지표가 나오면 투자자들은 즉시 연준이 물가 상승과 싸우기 위해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기물 수익률만큼 장기물이 상승하지 않으면 수익률 곡선은 서지 않고 눕게 된다. 수익률 곡선이 서는 것은 보통 빠른 성장과 물가 상승이 나타나는 경우이다.

전략가들은 또 단기물 수익률의 하락은 연방 정부의 재정적자액을 늘리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1월 미 재무부는 장기보다는 새해 단기물 국채 발행을 선호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재정적자액이 얼마인지 등의 정확한 수치가 부재해서 아직 시장에 가격 반영이 제대로 되기는 어렵다고 전략가들은 내다봤다.

EAB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아님 홀처 거시 전략가는 "아직 연방 정부 재정적자로부터 결론을 내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홀처는 다만 "이날 물가 지표는 낮은 실업률이 물가를 끌어올린다는 연준의 성명을 확인해준다"며 "우리는 원유 가격 상승효과가 근원 물가에도 전이되는 것을 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홀처는 물론 원유 가격은 근원 물가에 포함되는 항목이 아니지만 높은 유가에 대한 기대는 단단해지고, 결국 근원 물가에도 전이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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