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새로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규제인 바젤Ⅲ 기준(이하 바젤규제)도 국내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행을 막기 어려울 전망이다. 바젤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이 규정한 위험가중치(RW)가 은행권의 전당포식 가계대출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산정된 탓이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위험가중치(RW)는 은행이 전당포식 가계대출 비중을 확대할수록 BIS 비율 개선 효과가 높아지도록 설계돼 있다. BIS비율 산출시 거래상대방에 대한 위험가중자산(RWA)을 산정하는 핵심 요소인 가계대출 위험가중치(RW)가 기업대출보다 훨씬 낮아서다.

지난해 은행권의 내부등급법을 기준으로 산출된 평균위험가중치(RW)는 가계대출이 24%, 주담대가 19.7% 수준이다. 기업대출은 64.7%로 나온다. 100원을 대출해 주면 가계대출은 24원, 주택담보대출은 19.7원을 위험자산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다.

자기자본도 해당 수준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게 바젤 규제의 주요 골자다.

기업대출은 64.7원을 기준으로 자기자본을 준비해야 한다. 은행이 굳이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기업의 대출금리가 가계대출보다 어지간하게 높지 않으면 은행의 BIS비율 개선을 기대할 수 없어서다. 은행 입장에서 자본수익률을 높이거나 추가 자본부담을 줄이면서 자산을 성장시킬 수 있는 곳은 가계대출이다.

은행권은 현행 가계중심 대출이 수익성 면에서도 탁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은행들은 리스크조정수익률의 주요 지표로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Return on Risk Weighted Assets)을 중시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실제 위험가중자산 대비 수익률(RoRWA·Return on Risk Weighted Assets)을 비교했을 때 가계중심의 지점이나 은행이 기업 중심보다 높게 나온다. 대손비용 반영방식이나 Flow개념의 이익과 Stock개념의 RWA에 대한 조정 방식 등에 따라 결과치가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가계대출 중심 지점의 RoRWA가 기업 중심 지점의 RoRWA 보다 높게 나오는 것은 확실하다는 게 은행권의 전언이다.

새로 도입되는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Net Stable Funding Ratio) 측면에서도 조달은 소매예금 비중 확대가 금융기관 수신이나 도매자금보다 유리하다. 조달자금 운용측면에서도 소매대출이나 할부 혹은 분할 상환 대출이 유리하도록 설계돼 있다. 예컨대 NSFR 계산을 위한 필요안정자금조달액 산정 때 1년초과 대출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은 (RW 35% 이하) 대출금액의 65%가 필요하다고 본다. 기업대출은 대출금액의 85%가 필요한 것으로 규정돼 있다. 굳이 기업대출로 모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은행권은 감독 당국이 관련 규정을 가계대출에 유리하도록 설계해 두고 전당포식 영업을 비난하는 데 대해 냉가슴만 앓고 있다. 기준은 가계대출을 늘려야 BIS 비율이 높아지도록 정해두고 결과물인 가계대출 중심의 영업행태만 문제 삼고 있어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감원장은 바젤 규제 상 가계대출이 가지는 인센티브를 감안해서 기업대출을 유도할 유인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감독당국이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금융기관만 잡도리하던 시절은 지났다. 디테일이 강해야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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