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국내 거주자의 달러 예금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함에 따라 향후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60원대에 머무는 달러-원 환율이 반등할 때마다 상단을 누르다가, 특히 1,100원 위로 오르면 달러 예금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 거주자 외화예금은 830억3천만 달러로 전월 대비 26억2천만 달러 늘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외화예금은 수출업체가 해외에서 벌어온 외화, 수입업체가 결제용으로 가지고 있는 돈, 금융기업의 해외 투자 관련 자금, 개인 예금 등으로 이뤄진다.

국내 거주자의 외화예금 가운데 대부분은 달러화 예금으로, 역시 12월에 707억9천만 달러의 사상 최대 기록을 썼다.

지난해 3분기(7∼9월)에는 달러 예금이 조금씩 줄었지만, 10월(625억 달러)부터 12월(708억 달러)까지 매월 빠르게 달러 예금이 늘었다.

월평균 1,130원대에서 정체됐던 작년 3분기 달러-원 환율이 작년 말 1,070원 선까지 빠르게 밀리면서, 수출업체들이 달러를 시장에 바로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 수출 호황 덕분에 벌어온 달러는 많지만, 매도 시점을 늦추는 래깅(lagging) 전략을 취함으로써 기업의 달러 비축량이 많이 증가했다.





<기업과 개인의 달러 예금 월별 추이. 실선은 달러-원 월평균 환율. 출처: 연합인포맥스, 한국은행>



기업의 달러 예금은 9월 450억 달러, 10월 521억 달러, 11월 555억 달러, 12월 576억 달러로 늘었다.

이는 달러-원 환율이 1,210원대에서 1,110원까지 급전직하했던 작년 1∼3월 기업의 달러 예금 증가 속도보다 더 빠르다.

환율의 하락 속도도 고려하겠지만,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레벨을 우선해 자금 전략을 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1,060원대 초반의 환율이 온전하게 1,070원대로 오르기에는 네고 벽이 두꺼운 편이라고 시장참가자들은 판단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플레이어도 마찬가지고 업체들도 1,060∼1,070원대 레인지로 보는 것 같다"며 "이번 주 달러-원은 상·하단이 막혀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선물환 거래가 해마다 추세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현상이 관측됐다.

주된 선물환 매도 주체였던 조선·중공업체의 수주 물량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환 헤지 비율을 줄이고 현물환 시장을 찾는 기업체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시장에서 기업체의 수급 영향력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과 같이 심리적인 하한선이 단단한 경우에는 결국 수급 중심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한 제조업체 외환 담당자는 "일부 기업은 환 헤지를 철저하게 하지만, 많은 업체는 수요에 의해 그때그때 달러를 사거나 팔고 있다"고 전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기업들은 저점 매수 고점 매도 전략을 쓰고 있다"며 "거주자 외화예금은 늘어나고, 선물환 사용은 덜 하다"고 설명했다.

달러 예금은 기업뿐만 아니라, 기업의 20% 비중 정도인 개인들도 작년 4분기에 크게 늘었다. 12월에는 역대 최대인 132억 달러에 이르렀다.

투자 목적에서 예금 신규 가입이 많았고, 일부 큰 손은 이른바 '물타기'로 달러를 더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시장의 한 전문가는 "개인들은 환율 반등을 기다리는 속성이 있는 것 같다"며 "1,100원 위 정도면 달러를 팔지 않을까 한다"고 예상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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