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노동조합, 시민단체에 이어 정치권까지 나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연임을 문제 삼고 있는 가운데 일부 사외이사들이 금융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일정 조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회추위는 이날 시내 모처에서 후보자 면접을 마무리한 뒤 향후 일정과 관련해 재논의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추위가 후보들 간 일정 조율 등의 문제로 인터뷰를 예정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을 전일 오후 전달해 왔다"며 "숏리스트 발표를 포함한 최종 후보 선정 일정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하나금융 회추위에 회장 선임 일정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나금융의 중국 투자와 KEB하나은행의 아이카이스트에 대한 부실대출 의혹, 채용비리 등의 검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몇 주만 미뤄 달라는 요구였다.
금감원은 회추위가 전일 후보자 인터뷰 일정을 강행하자 회추위 일정을 조정해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 하나금융을 재차 압박했다.
금감원은 회추위를 서둘러 진행하는데 생기는 리스크는 향후 회추위원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의 문서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 회추위는 일단 3~5명의 숏리스트 발표 일정까지는 기존 일정대로 소화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최종 후보 확정은 당초 예정했던 22일보다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부 사외이사들이 '금융당국의 권고도 일리 있다'며 일정을 미룰 것을 제안하면서 최종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금감원이 진행 중인 하나금융 관련 검사 외에도 검찰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김 회장과 또 다른 차기 회장 후보인 함영주 하나은행장이 고발돼 있다.
회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의혹을 해소하고 가는 것이 맞다는 의견과 민간금융회사에서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를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맞서면서 회추위 내부에서도 견해차가 큰 상태다.
전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번 사안과 관련, "금감원의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는 회추위가 결정할 사항이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혁신 추진방향을 발표하면서 "금융은 특별하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일은 언제나 옳고 어떠한 경우도 간섭받아서는 안 된다는 식의 잘못된 우월의식은 고쳐야 한다"고 언급한 게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이학영, 진선미, 제윤경,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도 전일 여의도 국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하고 '하나금융 회추위는 CEO가 고발된 상황과 그에 따른 리스크를 회장 후보 선정 과정에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와 노조도 김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면서 회추위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회추위원들이 최종 일정까지 강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할 경우 회추위가 김 회장 연임을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커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금융 회추위가 언제까지 버틸지 의문"이라며 "일정 강행 시 회추위도 잃을 게 많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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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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