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당국이 하나금융 차기 회장 선임절차에 대해 중단을 요구했음에도 하나금융 측이 예정대로 절차를 강행함에 따라 김정태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16일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선정한 최종 후보군(숏리스트)은 김 회장과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 최범수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전 대표다.

하나금융 회추위가 퇴임한 전직 임원도 외부 후보군을 분류함에 따라 내부 1명과 외부 2명이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

하나금융 회장 최종 후보에 외부 인물이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당국이 현직 회장의 연임 시 회장과 후보군 간 유효경쟁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분을 강조함에 따라 회추위가 의도적으로 외부 인물을 최종 후보군에까지 포함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 16명의 인터뷰 대상자 가운데 외부 후보 7명이 불참한 점 또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강조한 회추위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하나금융 회장에 외부 인물이 선임된 사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김 회장의 3연임을 확실시하고 있다.

김한조 이사장이 외환은행 출신으로 외환은행장과 하나금융 부회장까지 역임했지만 피인수 은행 출신을 회장 자리에 앉히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 회장이 지난 6년간 보여준 경영성과도 나쁘지 않다.

김 회장은 임기 중 외환은행과의 조기 통합을 이뤄냈고, 전산통합 ·노조통합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합병 시너지로 실적을 대폭 끌어올린 점도 긍정적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사상 최초로 2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점쳐지면서 주가도 연일 상승 중이다.

회추위가 지난 15일 7명의 회장 후보를 대상으로 진행한 개별 인터뷰에서도 김 회장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전 및 중장기 경영전략, 경력, 전문성, 네트워크 등 회추위의 세부 평가항목만 봐도 하나금융에 오래 근무한 김 회장이 다른 후보들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추위가 금융당국과 정면으로 충돌하면서도 일정을 강행하는 것은 김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단독후보로 선정되고 나면 당국도 이를 무효화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지주사에서 3연임에 성공한 사례는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뿐이다.

다만, 김 회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등에 금감원의 검사 결과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당초 금감원은 검사 결과에 따라 경영 공백 등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회장 선임 일정을 미루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금감원은 회장 선임 과정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회장 선임이 마무리될 때까지 검사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검사 결과 김 회장이 징계를 받게 될 경우 경영 공백이 생길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장 선임 일정은 회추위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진행할 사안"이라면서도 "검사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해 결과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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