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국제유가가 달러-원 환율 반등을 이끌 중기적인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2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37센트(0.9%) 상승한 43.3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저가 매수에 반등했으나 배럴당 53.65달러까지 올랐던 올 초에 비하면 약 20% 하락한 수치로 약세장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유가의 반등 가능성이 요원한 만큼 중기적으로 달러화 상승 재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가 하락이 이어질 경우 달러화 상단을 제한하는 주식 랠리가 조정받을 수 있어 결국 위험자산 회피의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국제유가(WTI) 추이와 원자재 통화 추이 *자료: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7229)>



실제로 지난해 유가 강세로 경기 회복세를 보였던 러시아와 브라질,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통화들은 유가와 동반 강세를 보였으나 최근 이들 원자재 통화의 가치도 하락하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의 경우 지난 2월말 이후 현재까지 3.3% 하락했고, 브라질 헤알화는 6.8%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유 선물 가격 추이를 보면 현재 1개월물 가격과 12개월물은 배럴당 45달러 선까지 내려왔다"며 "투기적 수요보다 실수요가 많은 12개월물 가격이 하락한 것은 실물 수요가 강하지 못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공급 측면에서 보더라도 공급 과잉 우려가 여전하다.

지난 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가 유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감산에 합의했고 올해 1월부터 감산에 돌입했으나 합의에서 제외된 이란, 리비아, 나이지리아는 산유량을 계속해서 늘리는 추세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을 둘러싼 공급 확대 양상도 이어지고 있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제유가 흐름이 약세 기조에서 쉽게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며 "유가가 30달러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시각은 아직까지도 과도해 보이나 반등이 있더라도 기술적 반등이나 상방이 크게 제한되는 약세장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유가 하락이 가장 뚜렷한 영향을 미치는 지표가 물가 부분인 만큼 인플레이션 기대가 꺾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물가 부진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금융 지표가 채권 금리고 달러가 이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유가의 부진한 흐름이 지속될 경우 유가와 신흥국 통화의 상관관계는 다시 강해질 수 있다"며 "지난해 이후 유가와 신흥국 통화 간 상관관계가 크게 약화됐지만 저유가 흐름이 산유국 경기에 본격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 원화 가치도 점차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환딜러들도 유가 약세 흐름이 여타 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달러화에는 지지 재료가 되고 있다.

A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당장은 영향이 크지 않지만, 유가가 달러화에 중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가격 변수가 될 수 있다"며 "배럴당 40달러 선이 깨지는 등 계속해서 하락한다면 주식도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고 달러화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B시중은행 외환딜러도 "유가 하락에 증시 조정이 한차례 있을 수 있다"며 "현재 증시가 좋아서 유가 하락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으나 반기말 윈도 드레싱 가능성도 있는 만큼 관련 영향은 보다 길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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