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주요 증권사들이 브라질 채권의 비중 조절(리밸런싱)을 두고 고뇌에 빠졌다. 예전 같은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뾰족하게 이를 대체할 상품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증권사의 브라질 채권 판매액은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의 판매액은 4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2016년에 팔린 규모까지 더하면 5조원에 이른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브라질 등 신흥국 채권에 대한 투자가 급증한 것이다. 그러나 연말 원화 강세로 인해 환 손실이 불어나기 시작하면서부터 조금씩 경고음이 흘러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연초부터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주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브라질의 신용등급(로컬 및 해외통화)을 BB에서 BB-로 강등했다.

미셰우 테메르 정부가 구조개혁 노력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재정적자와 부채확대를 억제할 수 있을 만한 의미 있는 법안의 처리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다는 것이 강등의 배경이 됐다.

A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10월로 예정된 대선을 둘러싼 상황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라며 "원자재 가격이 조금씩 반등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큰 폭은 아닌 점도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익성이 좋았던 구간은 이제 끝이 났다고 보고 앞으로 채권 가격에 부정적인 이슈가 더 많은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라며 "환율도 부담스러워 수조원 판매된 부분에 대한 리밸런싱이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증권사는 아직은 브라질 채권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을 견지했다.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 정권 불안정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자원 부국이라는 장점, 안정적인 외환보유액, 타국대비 상대적인 매력도 등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정기적으로 리밸런싱에 나서야 하지만 비과세에 10%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은 없다는 점이 어렵다"며 "환율이 흔들리고는 있지만 버티면 결국은 안정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고 덧붙였다.

C 증권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지난 2015년처럼 손실이 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10% 캐리(이자)가 나오는 곳이 없으니 버티면 결국 장기적으로는 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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