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3년간 240억 원 + 알파(α)'.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프로스포츠 역대 최고 금액으로 한국 프로야구 타이틀스폰서를 따냈다.

240억 원을 내고 향후 3년간 KBO리그 공식 타이틀 사용 권리와 10개 구단을 활용한 프로모션, 리그 생중계 광고 노출권 등을 획득했다.

하지만 240억 원이 끝은 아니다.

KBO 한 관계자는 "계약마다 차이가 있지만, 최근에는 별도 행사 등을 위해 연간 10억 원 정도의 추가 마케팅 비용이 발생했다"며 "타이틀스폰서의 의지에 따라 (추가 비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은 신한은행의 이번 계약이 사실상 300억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이 통 큰 베팅을 한 데는 브랜드 인지도에 대한 고민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신한금융그룹은 조용병 회장 취임 이후 외주 용역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신한은행 등 신한금융을 상징하는 색깔이나 캐릭터 등의 브랜드 이미지는 예상보다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 계열사마다 세분된 이미지가 다른 금융회사와의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에 위성호 행장은 내부적으로 단기간에 확실한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스포츠 마케팅 전략을 지시했다. '천만 관중' 시대를 맞이한 프로야구는 신한은행의 이미지를 대중적으로 알릴 수 있는 좋은 카드였고, 신한은행은 지난해 연말 KBO와의 접촉을 시작했다.

타이어뱅크 등 기존 스폰서를 포함해 복수의 기업이 타이틀스폰서에 관심을 보였지만, 신한은행이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계약도 어렵지 않게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특히 1 금융인 은행이 프로야구 타이틀스폰서를 맡은 것은 처음이란 점도 크게 작용했다.

KBO가 정규시즌에 타이틀스폰서를 도입한 지난 2000년 이후 금융회사가 등장한 사례는 삼성증권과 롯데카드 등 2 금융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신한은행은 이번 리그타이틀에 '마이카(MYCAR)'를 넣어 자동차 대출상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2010년 선보인 이 상품은 중고부터 신차 구입은 물론 기존 고금리 대환까지 포함하는 대출로 은행권 자동차 대출 중에서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다.

하지만 자동차 대출이 통상 캐피탈과 카드 등 2금융권 중심이다 보니 은행 채널이 가진 한계도 있었다. 은행에서도 자동차 대출이 저리로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워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겠다는 게 신한은행의 복안이다.

신한은행은 오는 3월 KBO 정규리그 시작과 맞물려 이율 우대 예ㆍ적금 상품은 물론 카드와 연계한 티켓 할인, 구단과 선수를 활용한 전용 상품 마케팅 등을 검토 중이다.

KBO에 따르면 지난해 타이틀스폰서였던 타이어뱅크가 각종 언론 보도와 TV 중계, 온라인 미디어로 누린 광고효과는 1천886억 원. 2016년에는 1천434억 원으로 부가가치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타이어뱅크가 3년간 210억 원, 연간 70억 원의 비용을 사용했음을 고려하면 통상 25배가 넘는 광고효과를 누린 셈이다.

신한은행의 추가 마케팅비용까지 고려하면 KBO 타이틀 스폰서십을 통한 광고효과는 연간 2천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최근 스포츠 마케팅에 집중하는 은행권에 부정적인 시선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근 평창동계올림픽의 공식 후원은행이 된 KEB하나은행의 계약 규모는 110억 원 수준. 지난해에는 4년간 프로축구 K리그의 타이틀스폰서 계약을 맺어 연간 35억 원 규모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2~3년간 가계대출 영업에 집중한 은행이 예대마진이란 이자장사로 사상 최대이익을 내면서 마케팅비용을 쉽게 지출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에서다.

한 증권사 금융업 담당 연구원은 "스포츠와 연예인 마케팅은 경기 회복, 은행의 이익 추세가 우상향 곡선을 그릴 때 수반되는 흔한 현상"이라며 "대중성을 강조한 영업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광고효과를 수치화한 자료가 은행의 영업이익에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지를 추산하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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