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국 국채 가격은 위험 자산인 뉴욕증시상승의 사상 최고치 경신으로 내렸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7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3.5bp 오른 2.579%에서 거래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2.5bp 상승한 2.043%에서 움직였다. 열하루 연속 올랐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1.4bp 높은 2.850%에서 거래됐다.

10년과 2년 만기물간 수익률 차이는 전장 52.6bp에서 53.6bp로 확대됐다.

채권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이날 오후에 나오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기 평가보고서인 베이지북 공개를 앞두고 미 경제지표 호조와 뉴욕증시 상승세로 하락 출발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주요 은행의 4분기 실적 부진과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에도 향후 실적과 경기 낙관론에 힘입어 올랐다.

전일 국채가는 뉴욕증시 등락을 주목하면서 장기물은 오르고, 단기물은 내리는 혼조세를 보였다.

다만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는 이어졌다. 전일 하원의 공화당이 단기 지출 예산안을 내놨지만, 민주당의 지지를 얻는 데 필요한 이민 관련 조항을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산업생산이 제조업황 둔화에도 한파에 따른 유틸리티 증가로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연준은 12월 산업생산이 전월대비 0.9%(계절 조정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WSJ 조사치는 0.5% 증가였다.

12월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3.6% 늘었다. 2010년 이후로 가장 컸다.

연준은 3분기 허리케인에 의한 타격 이후 4분기 산업생산이 살아나면서 연율로 8.2%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산업생산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 12월 제조업생산은 0.1% 올랐다. 이는 앞서 각각 1.5%와 0.3% 늘어난 10월과 11월 증가율보다 뒷걸음친 것이다.

12월 원유와 천연가스 채굴 등을 포함하는 광업 분야는 1.6% 늘었다. 전년 대비로는 11.5% 증가했다. 12월 유틸리티는 전월비 5.6% 증가했다.

산업생산의 '슬랙'을 측정하는 지표인 12월 설비가동률은 전월대비 0.7%포인트 오른 77.9%였다. 애널리스트들은 77.3%로 전망했다. 장기 평균은 79.9%다.

판테온 매크로 이코노믹스의 이안 쉐퍼슨 수석 경제학자는 "이날 지표는 한파와 유가 상승 후에 원유 생산 증가에 관한 이야기였다"며 "원유 생산이 계속 늘어나 올해 산업생산을 강하게 출발하게 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어스 선임 미 경제학자는 12월 유틸리티 생산은 동북부의 기록적인 한파가 전기와 가스 수요를 늘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 북동부의 지난달 평균 기온은 화씨 25.7도로 평균 수준보다 2.7도 낮았다.

장기 제조업 성장세는 여전하지만, 제조업에 대해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해외에서 생산된 철강에 관세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국내 가격을 급격하게 높이고, 전체 미 제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제니퍼 리 경제학자는 "제조업은 단지 0.1% 증가했고 이는 다른 제조업 지표를 봤을 때 실망스럽다"며 "그러나 새해를 시작하면서 광범위한 성장 동력과 감세가 시작되기 때문에 작년의 부진으로 마친 제조업황은 일시적일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올해 1월 미 주택건축업체들의 신뢰도가 지난달 18여 년 최고치에서 내려섰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웰스파고에 따르면 1월 주택시장지수는 전달 74에서 72로 하락했다. 3개월 상승세가 멈춰 섰다. 지난달 수치는 지난 1999년 이후 최고치다. WSJ이 조사한 애널리스트들의 조사치는 72이었다.

지수가 50을 웃돌면 신뢰도가 개선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NAHB의 회장인 랜디 노엘은 "건축업자들은 세제개편이 소기업 분야를 성장시키고, 경제 전반 성장세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연준의 경기 평가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 물가 관련 언급이 주목받은 가운데 뉴욕증시 상승 폭이 더 높아지자 낙폭을 더 확대했다.

베이지북은 미국 고용시장은 추가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임금 상승세는 보통 이하의 완만한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냈다.

다만 일부 기업들이 판매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고 보고해, 물가 압력이 구축되고 있음을 베이지북은 보여줬다.

제프리스의 토마스 사이먼 선임 머니 마켓 경제학자는 "일부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가격을 높일 협상력을 더 얻고 있다는 부분은 매우 고무적이다"라며 "우리는 1분기 물가 지표의 상승을 볼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전략가들은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 전망을 지속했다.

시포트 글로벌 증권의 톰디 갈로마 매니징 디렉터는 연준이 올해 적어도 세 차례 금리 인상에 나선다는 전망은 단기물 수익률을 계속 밀어 올릴 것 같다며 하지만 장기물 매도세는 부진한 물가 압력 때문에 제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갈로마는 세제개편이 미 증시와 기업 실적을 높이지만 물가까지 상승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10년물 국채수익률의 올해 고점을 3.5%로 예상했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애론 콜리 전략가는 "우리의 수익률곡선 평탄화 전망은 대체로 예상대로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10년물 국채수익률이 2.5%선 이상에서 지속하는 것이 놀랍다"고 설명했다.

콜리는 "이 현상을 분석하면 물가연동국채에서 기대 물가가 오른 것을 주목하게 된다"며 "이는 10년물 국채수익률을 높은 곳에서 유지되게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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