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국제유가가 37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도 영향권에 들게 됐다.

배럴당 가격 상승폭이 급속히 확대될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로 전이되면서 달러 강세로 이어질 수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경기 개선과 수요 증가 등 신흥국 중심의 통화 강세 재료가 부각됐다.

18일 연합인포맥스(화변번호 7229)에 따르면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70달러대를 보이면서 지난 2014년 12월 4일 고점인 70.60달러 이후 3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3대 유가 평균은 배럴당 67.08달러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 이전보다 11.2% 상승했다.

<브렌트유 가격 추이 *자료: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900)>

 

시장 참가자들은 유가 상승의 외환시장 영향을 경상수지 경로와 통화정책 경로 두 가지로 보고 복합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원유 순수입 규모가 큰 국가의 경우 경상수지 악화로 해당 국가의 통화가 약세를 보일 수 있으나, 유가의 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로 이어지게 되면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의 긴축 가능성이 커져 달러 강세가 될 수 있어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순수입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를 상회하는 태국(-3.3%)ㆍ남아공(-2.4%)ㆍ한국(-2.2%)ㆍ칠레(-2.1%)ㆍ필리핀(-2.1%)은 경상수지 경로를 통한 약세 압력이 상대적으로 큰 국가로 꼽히고 있다.

이상원 국금센터 연구원은 "한국은 대외적으로 원유 순 수입국 인식이 강해 원화 약세에 대한 시각이 부각될 소지가 있다"면서도 "유가 상승에 따른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가 가속화되면 환율 여건이 크게 반전되면서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외환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이 달러-원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경기 개선 기대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 주요국 통화정책 변동 가능성 등 간접적인 경로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원 환율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나 단기적으로는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기면서 하락 요인이 될 전망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유가가 좀 더 오르더라도 견조하게 유지될 것으로 본다"며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근처까지 오른다면 글로벌 긴축 속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겠으나, 단기적으로 원유 수출국 경기를 뒷받침하고 글로벌 경기 개선 기대를 부추기면서 원화 강세 재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도 "유가 상승이 글로벌 경제 회복과 연관되기 때문에 신흥국으로 자본이 들어오고 그에 따라 한국 금융자산에 글로벌 자본들이 배분되면서 원화 강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한국이 중동 쪽 원유 수입 때문에 무역적자를 보일 수 있겠으나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브렌트유 원유선물 커브 *자료: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6561)>

국제유가의 균형 가격을 보여주는 5년 만기 원유선물 가격이 배럴당 60달러대를 하회하는 등 안정적인 점을 고려할 때 국제유가가 추가로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

현재 뉴욕상업거래소(NYMEX) 2023년 1월 인도분 기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52.89달러고,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2021년 12월 인도분 기준 브렌트유 가격은 59.29달러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해 "유가의 적정가격을 보여주는 좋은 지표가 5년 선물인데 선물 시장에선 브렌트유 균형 가격을 60달러 아래로 보고 있는 셈"이라며 "아무래도 현물 가격은 투기 세력의 영향을 많이 받으나 5년 만기물이 투기 세력 영향이 제일 적고 실제 수요와 공급이 잘 반영되는 선물 만기"라고 분석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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