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보험공사 설명 추가>>

(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이달 중 발표될 작년 4·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요 대형건설사들이 환율 계산에 분주하다. 원화 강세로 해외사업장의 원가부담이 우려되기 때문인데 외환관리 능력에 따라 당기순이익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됐다.

◇ 연중 내리막 걸은 달러-원 환율

18일 연합인포맥스 일별거래종합화면(2150)에 따르면 달러-원은 17일 종가 기준 1,069.3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달 들어 지난 8일 1,058.80원까지 떨어지며 출렁였으나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1,060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작년 1월 3일 1,211.80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줄곧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작년 7월 북핵 위기가 고조되며 부분적으로 재반등하는 기미를 보였지만 추세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등 달러화 강세 재료가 있었지만 유럽과 일본의 중앙은행이 긴축으로 통화정책의 방향을 선회하며 구조적인 약세에 노출됐다.

여기에 지난 연말 한국은행의 금리인상까지 더해 올해 초에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050원선까지 위협하는 수준으로 내려왔다.







<달러-원 환율 추이>

◇ 하한선 근접한 환율…해외매출 비중따라 손익 변동

달러-원 하락에 따른 원화강세가 이어진 탓에 작년 4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건설업계의 표정이 엇갈린다. 작년 초 환율을 기준으로 경영계획을 세웠다면 올해 초까지 이어진 원화강세가 고스란히 원가상승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시점은 주로 10월~12월 사이다. 따라서 작년 경영계획 환율은 현재 달러-원 환율보다 10% 이상 고평가됐을 가능성이 높다.

경영계획 환율을 보수적으로 잡는 경우에도 변동폭이 10~15% 수준인 만큼 경우에 따라 영업 외 비용 발생으로 당기순이익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작년 3분기 기준 주요 건설사별 해외매출 비중을 보면, 현대건설 43.1%, SK건설 37.3%, GS건설 30.2%, 대우건설 22.8%, 포스코건설 19.0%, 대림산업 12.5% 등이다.

한 대형건설사의 외환관리 담당자는 "보통 10월에서 12월이 경영계획에 반영하는 환율을 잡는 시기인데 작년 초와 지금을 비교하면 환차가 많이 벌어졌다"며 "신규 수주마저 부진해 환 헤지에 소홀했던 곳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전사환율회의체 운영하는 GS·SK건설

건설업계에서는 해외매출 비중이 높은 건설사 중 GS건설과 SK건설을 환율 변동관리 모범생으로 꼽는다. 두 회사는 국제금융부서 내에 외환전담팀을 구성해 환율 동향을 상시 파악한다.

또한 재무담당 임원이 간사를 맡고 최고경영자가 참석하는 전사환율회의체도 운영한다. 환율 변동에 따른 프로젝트별 손익 등이 최고경영자에게 직접 보고되고 이에 따른 대응 방안 등이 적기에 시행될 수 있는 구조다.

해외 공사 입찰 시 적용하는 견적환율도 공격적으로 책정한다. 일반적으로 건설업계에서는 달러-원 환율 하락을 가정해 견적환율을 보수적으로 책정하고 수주 이후에는 공정 관리에 집중한다.

GS건설과 SK건설은 다른 방식을 선택한다. 입찰에 사용하는 환율은 해당 시점의 국제 환율을 고려하되 수주 이후에는 달러-원 선도계약, 파생상품 등으로 변동폭을 관찰하며 관리한다.

한 건설사의 관계자는 "프로젝트 베이스로 헤지(hedge, 위험회피)이 가능한 환율을 산출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한다"며 "수주 이후에는 선물환이나 금융상품을 통해 헤지한다"고 설명했다.

◇환리스크 관리는 필수…환 변동보험 문턱 낮춰야

외환은행 국제금융파트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정창구 해외건설협회 정책지원센터 부센터장은 건설업계에서도 점차 환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인 업무로 부상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정창구 부센터장은 "많은 건설사들이 환율변동 상황을 보수적으로 지켜보는 경우가 많으며 수주활동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리스크 관리 쪽에 회사 자원을 많이 투입하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이어 "건설사들이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외화에 대한 공급뿐만 아니라 수요도 많기에 외환관리를 모두 은행에서만 해결할 수는 없다"며 "회사 내부적으로 외환에 대한 수요·공급을 매칭 등의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왜냐하면 기업에 따라서는 해외 현장이 100군데가 넘는 회사도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제도적인 변화도 환율 관리 시스템의 정착을 요구하고 있다.

신수익기준서로 불리는 IFRS 15가 올해부터 상장사에 적용된다. IFRS15는 해외 공사에서 주를 이루는 플랜트 용역에서 특수장비 인도와 플랜트 건설용역을 별도의 계약으로 인식할 것을 요구한다. 공사 수주뿐만 아니라 진행시점별 환율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정 부센터장은 "최소한 환 리스크 부분 만큼은 이제는 완전히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철저한 관리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며 "우리 해외건설업체들도 사내 전문가 풀을 확보해 주거래 은행이나 외국계 은행과 긴밀하게 협력해서 타이트하게 환율을 관리해야 일류기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무역보험공사에서 시행 중인 환 변동 보험이 있는데 가입 대상이 제한적이다"며 "비용 측면에서도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정부에서 해외수주를 장려한다면 이런 부분은 제도개선을 통해 기업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무역보험공사는 지자체·협회 등과 함께 보험료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며 이를 이용하면 비용 걱정 없이 환 변동보험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보 관계자는 "환변동보험은 환위험관리나 은행 환 헤지 상품을 이용하기 어려운 우리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상품"이라며 "보험료율도 0.01% 수준으로 지원제도를 활용하면 비용 걱정 없이 환 변동보험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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