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보험사들이 만기보유증권 규모를 확대하는 가운데 교보생명이 정반대의 전략을 취해 관심을 끌고 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작년 말 만기보유채권 29조7천억 원을 매도가능채권으로 재분류했다.

기존 매도가능채권 보유액 13조6천억 원과 합하면 44조 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그동안 저금리 기조 속에서 채권 평가이익을 누렸던 보험사들은 금리 인상기에 직면하자 채권평가손실을 피하기 위해 만기보유증권 규모를 확대했다.

예컨대 한화생명은 2014년에 16조 원가량을 만기보유증권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했지만, 작년 초에는 58조 원에 달하는 매도가능증권 가운데 절반 이상인 약 30조 원을 만기보유증권으로 재분류했다.

재무제표상 매도가능증권 계정에 넣으면 금리변동에 따른 평가손이익을 반영하는 만큼 저금리 상황에서는 이익이 발생해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이 상승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대로 금리가 오를 때는 채권을 시가로 평가하는 만큼 평가손실이 불가피하다.

교보생명은 채권 평가손실보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 갭 축소에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은 RBC비율 산출 시 적용하는 보험부채 듀레이션을 올해 말까지 30년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만기가 짧은 자산을 긴 자산으로 갈아타야만 한다.

2021년 IFRS17이 시행되면 자산과 부채 간 만기의 불일치가 커질수록 지급불능 위험도 높아져 RBC비율이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교보생명은 기존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분류하면서 만기가 긴 채권으로 재매입해 자산의 듀레이션을 확대했다.

이번 재분류를 통해 채권의 장부 금액이 약 1조9천억 원 증가하면 교보생명의 RBC비율도 40%포인트가량 상승해 30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면 현 RBC제도에서는 손해를 볼 수 있지만, 신지급여력제도에서는 듀레이션 갭 축소와 보유자산 수익률 제고 효과를 더 크게 누릴 수 있다"며 "매도가능증권이 채권운용의 유연성이 높아 금융시장 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yg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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