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주요 증권사는 지난달 중순부터 본격적인 신입사원 연수에 돌입했다. 이들은 곧 연수과정을 모두 마치고 각자 부서에 배치돼 증권맨으로의 꿈을 펼치게 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증권사 신입 연수는 11월 중순이나 12월 초부터 진행됐다. 최근에는 대학생들의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이 시작되고 난 후인 12월 중순 이후로 시기가 밀렸다.

이처럼 증권가의 신입 연수 풍경이 달라진 데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이른바 김영란법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그간 대학가에 관행으로 이뤄지던 일들이 불법이 되면서부터 비롯된 일이다.

구체적인 사연은 이렇다.

증권업계는 대개 비슷한 시기에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 나선다. 취업 준비생들도 여러 증권사에 동시에 지원하며 눈치작전에 돌입한다.

신입 직원 선발 전형을 마치면, 증권사들은 뽑아놓은 직원들이 타사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서둘러 연수 일정을 시작해 우수 인재를 '선점'하려고 한다.

아무래도 취업 준비생 입장에서는 한 회사의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아들고 나면, 뒤에 더 좋은 기회가 남아 있더라도 그 회사에 입사하는 것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증권사에서는 대학생들의 학기가 끝나기도 전에 신입 연수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 경우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회사에 취업했다는 증빙을 내고 수업에 출석하지 않거나, 리포트 제출 등으로 시험 참석을 갈음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이 모든 게 불법이 됐다. 대부분의 학교는 수업의 3분의 2 이상을 출석해야 학점을 이수할 수 있다. 이에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 중에 취업한 학생에게라도 교수의 재량으로 학점을 주게 되면 '재량권 남용'으로 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A 증권사 관계자는 "내가 입사할 때만 해도 11월에 입사해 기말고사를 안 보는 동기도 많았다"며 "그러나 김영란법 시행으로 이러한 관행이 '학점 청탁'의 범주로 들어가 증권사들도 공채 일정에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타이트해진 제도 등의 이유로 졸업반 학생들은 원서조차 내지 못해 안타까웠을 것"이라며 "좀 더 완화적인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교 문제 등 이러저러한 이유로 올해 70명을 선발했지만, 연수 막바지에 남은 신입 인원은 40여 명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황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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