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CJ그룹이 CJ헬로 매각 추진설에 대해 전면 부인했지만, 이번 해프닝을 계기로 케이블TV 업체 인수·합병(M&A) 협상이 다시 활기를 띨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 업체 인수 추진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해준 만큼 조만간 빅딜이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수 가격에 대한 시각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다시 협상이 장기전에 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규제 정책도 변수로 지목됐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오쇼핑은 전날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현재 CJ헬로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CJ오쇼핑은 CJ헬로의 지분 53.92%를 보유한 대주주다.

인수 주체로 지목된 LG유플러스는 "당사는 케이블TV 인수와 관련해 특정업체에 한정하지 않고 다각도로 검토 중에 있으나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답변했다.

일부에서는 양측의 엇갈린 답변에 대해 M&A가 무산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M&A 협상은 사실상 이제부터 시작이란 의견도 여전하다. 특히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 업체 M&A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공식화한 만큼 향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란 이유에서다.

LG유플러스는 '재무통' 권영수 부회장이 지난 2015년 말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뒤부터 케이블TV 업체 인수를 검토했다.

IPTV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경쟁사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성장했지만, 업계 3위로 가입자 기반이 두텁지 못하다는 점이 늘 약점으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업체 인수는 유료방송시장에서 가입자 수를 늘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카드다.

만약 가입자 317만명을 거느린 IPTV 3위 업체 LG유플러스가 CJ헬로(가입자 395만명)나 딜라이브(가입자 203만명)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KT에 이어 유료방송시장 2위에 오르게 된다.

IPTV에 밀려 내리막을 걷고 있는 케이블TV 업체들도 내심 M&A가 성사되길 바라고 있다.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 외에도 업계 3위 딜라이브가 지난 2015년부터 매물로 나와 있다. 현대HCN, CMB 등 다른 케이블TV 사업자도 시장에서 잠재적 매물로 거론된다.

문제는 인수와 매각 양측이 가격에 대한 의견차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다.

딜라이브의 경우 매각 작업에 착수한 지 3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고평가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실질적인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2조원 이상의 몸값을 원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현재 CJ헬로의 예상 매각가는 1조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수 측 입장에선 미래 가치가 떨어지는 케이블TV 업체 인수에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케이블TV 업체 M&A의 또 다른 변수는 정부의 규제 정책 방향이다.

지난 2015년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현 CJ헬로)을 9천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경쟁제한을 이유로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딜이 무산됐다. 이전 사례와 같이 사업권역을 기준으로 경쟁 제한성을 평가할 경우 LG유플러스 역시 CJ헬로 인수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전임 정부부터 추진해왔던 케이블TV의 권역 폐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만큼 앞으로 M&A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를 지역별이 아닌 전국 단위로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유료방송시장 M&A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 SK텔레콤-CJ헬로비전 M&A 사례처럼 허무하게 규제가 발목을 잡는 일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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