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조보닝(Jawboning)'이란 열심히 자기 턱뼈(Jawbone)를 놀려 상대편을 설득한다는 뜻이다.

정부 등이 시장에 '입김'을 불어넣어 구두로 설득하는 방법으로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도 즉각적인 가격 변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외환 당국의 존재감이 여전히 위력을 발하고 있다.

전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이주열 총재의 기자회견에서도 원화 강세를 방어하는 듯한 메시지가 전달됐다.

이 총재는 환율에 대해 '쏠림현상'이 있어 비교적 하락폭이 컸다고 평가했다.

달러-원 환율은 이 총재의 기자회견 이후 상승 전환해 1,071.80원까지 올랐고 1,070원대에서 상승 마감했다. 시장에선 이 총재의 발언이 지난 8일 외환 당국의 실개입과 맥락을 같이하는 구두개입성 발언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당국자들의 발언이 여전히 큰 영향력을 가지는 데는 우리나라 당국자들이 서로 엇박자를 내는 데 대해 큰 경각심을 갖고 행동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8일 강력한 외환 당국의 실개입이 있기 전인 4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총재 두 수장은 오찬 회동을 하고 '정책 공조'를 강조한 바 있다.

'과도한 쏠림'이 있을 경우 '단호한 대처'를 한다는 원칙도 한목소리로 내세웠다.

이후 1,058.80원까지 하락했던 달러-원 환율은 반등해 강력한 지지선을 형성했고, 1,070원대 안착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당국의 실제 개입이 아니더라도 외환 당국자의 발언에 시장이 예민하게 움직이면서 가격 레벨 하단에선 역외 숏커버나 결제 등이 지속해서 나오는 모습이다.

반면 주요국의 경우 당국자들의 자국 통화 강세 우려 발언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비토르 콘스탄치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는 전일 "펀더멘털 변화를 반영하지 않은 유로화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장관도 "달러-엔 환율 110.8엔이 큰 문제는 아니겠지만, 급격한 통화 움직임은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들의 구두개입성 발언 이후 유로화와 엔화의 강세 흐름이 일부 꺾이기도 했지만 이들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 축소 흐름이 기정사실로 된 만큼 환율 변동폭은 0.2%가량에 그쳤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들 유럽과 일본 등 주요 국가가 양적 완화(QE) 축소라는 통화정책 변화의 큰 흐름 속에서 자국 통화 강세 방어를 위한 당국자들의 발언이 설득력이 없다고 진단했다.

또 긴축 시기와 속도 등 통화정책에 대한 통일된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공개된 12월 ECB 통화정책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ECB 위원들은 유로존의 견고한 경제 회복을 더 잘 반영해 올해 초 선제 안내를 점진적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하지만 이후 ECB 관계자들 사이에서 선제 안내 변경이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시장의 기대가 다소 되돌려졌다.

주요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19일 "자국 통화 강세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이나 일본 당국에도 부담스러운데 경기가 좋아지면서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것에 대한 당연한 결과라 당국자들의 발언이 시장을 논리적으로 설득시키는 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반면 우리나라 경우 지난 8일 당국이 개입을 강하게 한 후 달러-원 환율 하락 흐름이 방향을 튼 만큼 확실히 임팩트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도 "이주열 총재 메시지가 시장에 추가 하락에 대한 경계심리를 준 건 확실하다"며 "당국의 강한 개입 이후 한은 총재가 또다시 비둘기파적으로 발언한 것은 환율 측면에서 원화 강세를 방어하겠다는 의지라고도 보인다"고 말했다.

당분간 기간 조정에 들어간 달러-원 환율은 횡보 장세를 보이겠으나 1,060원대 강력한 지지선은 대체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민경원 우리은행 FX이코노미스트는 "외환 당국의 강한 개입 이후 꾸준히 원화 강세에 대한 당국의 경고가 쌓이고 있다고 본다"며 "지난 15일에도 위안화 강세 등으로 잠깐 1,059원대까지 갔으나 시장 참가자들이 알아서 숏커버를 하거나 연기금 자금 집행으로 하단이 지지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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