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4개월여 만에 시험대에 올랐다.

취임 직후 채용비리에서부터 최근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 관치금융 논란을 불러온 데 이어 내부 직원의 가상화폐 부당거래 의혹까지 터지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9월 최 원장 취임 후 고강도 쇄신 방안을 내놓으며 조직 혁신을 추진했지만, 행보마다 논란이 이어지며 신뢰 회복에 제대로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 원장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드러난 채용비리 사태 수습을 위해 취임 하자마자 인사·조직문화 혁신 테스크포스와 검사·제재 혁신 TF를 꾸리고 두 달여 논의 끝에 지난 11월 개혁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결국 혁신방안이 근본적인 문제를 뜯어고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 원장은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고강도 지배구조 검사에 나설 뜻을 밝히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하려 했다.

최 원장은 지난달 13일 언론사 경제·금융부장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적정성에 대한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며 금융지주 회장들의 셀프연임 논란에 불을 지폈다.

시장에선 3연임을 염두에 둔 김정태 현 하나금융 회장을 겨냥한 조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받아들였다.

금감원은 하나금융이 차기 회장 선임절차에 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고, 이례적으로 민간 금융회사에 회장 선임절차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당국의 압박에 하나금융이 수세에 몰리는 듯했으나 당국의 개입을 두고 관치금융이란 비판이 거세지자 금감원은 돌연 회추위를 일정대로 진행해도 된다는 뜻을 전달하며 한 발 뺐다. 하나금융에 대한 모든 검사를 확대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최 원장이 김 회장의 3연임에 제동을 걸기 위해 칼을 뽑았다가 제대로 휘두르지도 못한 채 허무하게 물러서자 금감원 내부에선 "체면이 구겨질 대로 구겨져 얼굴을 들고 다니기 힘들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인사에서 하나금융 검사를 담당했던 일반은행 국장이 지방으로 좌천당하는 일이 벌어지자 직원들 사이에선 "원장이 확실한 신호를 주지 않는데 어떻게 적극 일 처리가 가능하겠느냐", "무리한 관치가 조직 스스로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등의 최 원장에 대한 불만이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

전일 국무조정실에 파견돼 근무하던 금감원 직원이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정부의 규제 발표 직전 매도해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금감원은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그는 이 기간에 1천300만 원을 투자해 700여만 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했다. 투자수익률이 50%가 넘는다.

금감원은 전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부랴부랴 해당 직원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적의(알맞고 마땅한) 조치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2주 전에 이 같은 사실을 국무조정실로부터 통보받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의 가상화폐 대책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논란도 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기재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이달 말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안건으로 올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이 되면 기재부 장관이 금감원의 인사, 조직, 예산 등을 통제하고 기관장 해임 건의 ·요구까지 가능해진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 업무 전반이 통제받으면서 권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상화폐 대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 정부가 가상화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바람에 애꿎은 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금감원을 보는)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첫 민간 출신 원장이자 문재인 정부 초대 금융감독원장이어서 기대가 많았는데 수장으로서의 결단력 부족만 보여준 꼴이 됐다"며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조직 내외부에서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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