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미국 기업들의 해외 보유 현금이 본국으로 대거 유입될 조짐을 보이자 채권과 외환시장 참가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제 개편의 혜택을 누리려는 기업들의 해외 자금 송환으로 달러화가 뛰고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마켓워치는 18일(미국시간) 애플이 해외 보유 현금을 들여와 지불하게 될 세금이 380억달러라며 다른 기업들도 해외 법인을 통해 보유한 현금을 들여오기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환전 수요로 달러화가 상승하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들여올 자금의 대부분이 달러화 자산이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MUFG의 데렉 할페니 리서치 헤드는 "기업의 해외 보유 현금 규모가 2조5천억~3조달러"라며 "이 중 80% 정도가 달러화 자산"이라고 말했다.

해외 보유 현금의 대부분이 달러화로 구성된 까닭에 환전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TD증권의 마크 매코믹 외환 전략 헤드는 "달러화 자산 비중이 95%라는 추정도 있다"면서 "환시는 다른 국가의 통화로 표시된 자산의 유입에만 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외환 현물 시장의 규모가 3조달러이고 미국의 경상 적자 규모는 5천500억달러"라며 애플이 국내로 들여올 자금의 규모가 작지 않지만 시장을 움직일만한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미국 기업들이 해외 자금으로 미국 국채와 회사채를 대거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금 송환에 따른 매도로 금리가 뛸 여지는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국채 금리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는데 기업들의 채권 포트폴리오가 회사채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도이체방크는 작년 2분기 공시를 인용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페이스북, 아마존이 해외 법인을 통해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가 고작 2천500억달러라고 추산했다.

핼페니 헤드는 "간밤 현금 송환에 대한 기대로 국채 금리가 소폭 올랐지만 기업들이 보유한 자산은 국채보다는 회사채 위주"라며 "환시도 뚜렷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UFG의 존 허만 금리 전략가는 "수익률 곡선이 평탄화된 상황에서 기업의 해외 현금 송환은 매우 작은 위험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자금 유입의 최대 수혜자는 주식 투자자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기업들이 본국으로 들여온 자금을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금 지급에 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매코믹 헤드는 "증시에 부는 훈풍이 한층 더 강해질 것"이라며 "물가 상승과 경제 성장을 염두에 둔 시장 움직임이 확산하고 미국 외 중앙은행의 정책 정상화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환경 변화로 오히려 달러화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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