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 의지에 본격적으로 보조를 맞춰가고 있지만, 300만 명에 달하는 투자자들의 반발을 살까 조마조마하기 때문이다.
해외 거래소 결제 금지 등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만에 하나 고객의 소송 제기 등 분쟁이 발생할 경우 대응 방안도 걱정이다.
페이팔 등 해외 간편결제 시스템을 통한 우회 결제와 같이 카드사용을 통한 해외 거래소 가상통화 거래를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심거리다.
◇가상화폐 결제 중단 본격화…당국 발맞췄지만, 투자자 '눈치'
1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전일 여신금융협회는 그동안 수집한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 정보를 국내 8개 카드사에 발송했다.
카드사들은 해당 가맹점에 대한 결제 승인을 내주지 않는 방식으로 국내 고객의 해외 거래소 카드결제를 중단한다.
카드사들은 해외 가상화폐 거래 관련 가맹점을 추가로 발견할 때마다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거래를 차단해 나갈 계획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카드결제는 이미 차단되어 있다.
이 밖에 카드 포인트로 가상화폐를 살 수 있도록 했던 혜택 등 가상화폐 관련 각종 서비스도 이미 중단했거나, 중단 절차를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규제 강화 방침을 명확히 하면서 사실상 관련된 모든 거래에서 발을 빼고 있는 셈이다.
당국 방침에 보조를 맞추는 것이지만 일선 카드사의 행보는 무척 조심스럽다.
가상화폐가 일종의 '신드롬'이 된 현 상황에서 자칫 투자자들을 자극할 경우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신한은행이 가상화폐 관련 실명확인계좌 개설을 연기한다고 하자 투자자들이 반발해 신한카드 해지 움직임을 보이는 등 실체적인 위험도 확인했다.
그래서 카드업계는 특정 카드사의 움직임이 부각되지 않도록 하는 데 극도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 규제와 관련해 특정 회사가 거론되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철저하게 여신협회를 중심으로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쟁 시 법적 근거 불명확…실효성도 논란
카드사들의 걱정거리는 또 있다.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 거래 중단의 명확한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과 예금, 적금 등에 대한 신용카드 결제를 금지하고 있다. 또 복권 등 사행 행위의 이용대가 및 금전의 지금도 금지하고 된다.
카드사와 가맹점이 맺는 약관에도 카드깡 불법적인 행위를 한 경우 해당 가맹점의 결제 승인을 거부하는 조항이 있다.
카드업계는 가상화폐가 투자상품 성격이 있는 데다, 카드깡 등 불법행위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거래소에 대한 결제 중단이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만에 하나 카드 소비자가 가맹점이 결제 제한에 대해 법적인 소송을 걸어올 경우에 명백하게 해당 사안들이 적용될지에 대해서는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가상화폐를 금융투자상품에 포함할 수 있는 등에 대한 해석이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아직 그런 사례는 없지만, 만약 고객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카드사용 차단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할 경우 어떻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카드업계는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등 당국에서 해당 가맹점에 대한 결제 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해 주길 기대했지만, 당국도 이런 내용의 공문을 발송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해외 거래소에 대한 승인 중단의 실효성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페이팔과 같은 글로벌 간편결제 서비스를 거친 해외 거래소 이용까지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페이팔과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의 경우 해당 회사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결제 서비스를 중단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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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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